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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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진 벚꽃의 수사학>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인간이란 동물은 참 잔인하다. 며칠만 참으면 되는데 굳이 저 꽃 달린 가지들을 잘라내야 할까? 나무로서는 일 년에 단 한번 맞는 찬란한 봄이다. 불과 며칠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꽃다운 시절이다. 봄꽃은 하나의 어린 줄기가 심한 변형을 거쳐 만들어진다. 벚꽃은 수술과 암술을 모두 갖췄다. 이를 양성화(兩性花)라 한다. 꽃받침·꽃잎·수술·암술이 모두 있으면 갖춘꽃이요, 하나라도 없는 꽃이 안갖춘꽃이다. 안갖춘 꽃이든 갖춘 꽃이든 꽃은 꽃이요, 모든 꽃은 어미로서 꽃씨를 잉태한다. 꽃은 청춘이다. 특히 발그레한 연분홍 양성화 벚꽃을 배경 삼아 찍은 사진에는 늘 웃음기 가득한 싱싱한 청춘 남녀들이 서있다. 이 시절이 인간으로 치면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화양연화(花樣年華)이다. 이제 막 피려..
2022.04.08 -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이런 사람이고 싶다.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시커먼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후흑(厚黑)’의 세상이다. 모든 것이 물질에 포위된 이 시대, 문득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이런 사람이고 싶다. 어려운 일이 닥쳐도 큰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고 남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하고 여린 마음을 지녔지만 내 삶은 강철처럼 굳은 의지로 헤쳐 나가는 사람, 잘못된 이에게는 죽비소리 내는 대나무와 같지만 인간다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환한 웃음을 주는 사람, 남들 대할 때는 부드러운 봄바람이지만 나 자신에게는 가을서리처럼 대하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말 한 것은 꼭 지키는 신의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나이를 들수록 나이 값하고 자신을 제어할 줄 알고 욕심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담박한 사람, 남 단점을 들추기 보다는 장점 칭찬하고 내 ..
2022.03.24 -
선인기우도(仙人騎牛圖)를 보며
대선 후, 언론을 절연했다는 이들이 꽤 많다. 심기가 불편해서란다. 세상을 버릴 수 없으니 보고 듣는 것만이라도 막고자 함이다. 나도 TV 선을 묶어버렸다. 가만 생각해보니 '속세의 신선'을 자처함이다. 문득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선인기우도'가 떠오른다. 선인기우도仙人騎牛圖 탕건을 쓴 선비가 소를 타고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그런데 소의 눈망울과 선비의 시선이 비껴있다. 소는 제 갈길 위해 앞만 보고 소 잔등에 걸터앉은 탕건 쓴 선비는 소 걸음 아랑곳없이 놔두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낮술 한 잔 드셨나 본데 저 멀리엔 물새만 난다. 김홍도는 못다 한 마음을 중앙에 이렇게 놓아두었다. 꽃 떨어져 강물 위로 흐르는 데 새는 한가히 울어대고 落花流水閒啼鳴 아무 일도 없으니 땅 위의 신선..
2022.03.20 -
『중용(中庸)』을 읽다가
『중용(中庸)』을 읽다가 대선이 끝났다. 활짝 웃는 당선자 얼굴을 담은 당선사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20만 표 승자의 당선사례로 매우 꼴사나운 짓이다. 세상은 완연 왕권시대로 바뀐 듯하다. 윤 당선인에게 질문하는데 한 기자는 “외람되오나(猥濫되다, 하는 짓이 분수에 지나친 데가 있다)”라며 자신을 한껏 낮추었다. 저 말은 왕권국가에서나 쓸 말이다. 하는 짓이 비위에 거슬리고 우스워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할 꼴불견이다. 저러니 저 당에서는 ‘5.18 북 개입설 방송 진행자, 윤 당선인 정무특보로 임명’했다는 둥, 천하 망종 정치꾼들이 논공행상을 하느라 악취가 벌써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중용장구》 제20장을 본다.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정치하는 도리를 물으니 공자는 이렇게 답한다. “문왕과 ..
2022.03.17 -
사전투표를 마치고
사전투표를 마치고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by휴헌 간호윤38분전 사전투표를 마치고 한참을 기다려 사전투표를 하였다.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투표하기는 처음이다. 평일이라 그런가? 앳된 젊은이들과 연로하신 노인 분들이 많다. 긴 줄 뒤로 꽃샘바람이 길게 분다. 분명 봄은 왔건만 아직 봄이 아닌가 보다. 난 방안풍수 선생이다. 부귀와는 아예 거리가 멀고 권력은 언감생심이다. 원치 않았지만 수굿이 받았다. 이번만큼은 받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 여겼다. 첫 손녀가 큰 가방을 짊어지고 유치원에 가는 첫 등굣길이다. oecd국가 중 18년째 자살률1위, 세계 최저 출산율, 상위 10%와 하위 50% 경제력 차이가 무려 52배(Oxfam), …경쟁만을 부추기는 이 나라 교육에 첫 발을 디딘다. 마음..
2022.03.04 -
<소유냐 존재냐>를 읽다가
를 읽다가 책을 읽다 프롬이 옮긴 바쇼의 시에 눈길이 멈춘다. by휴헌 간호윤5분전 저자:에리히 프롬/출판:범우사/발매:1999.01.20. E. 프롬은 인간 생존을 두 가지 양식으로 나눈다. 프롬에 의하면 ‘소유(所有)’란 산업 사회에 있어서 기본적인 생존 양식이다. 자기의 가치, 자기의 주체성, 혹은 자기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물건뿐 아니라 인간, 지식, 관념, 신, 나아가서는 건강이나 질병까지 모두 포함한다. 프롬은 이 소유를 주체와 객체를 ‘물건’으로 환원시켜 버리기 때문에 그 관계는 살아 있는 관계가 아니라 죽은 관계라 한다. 이 소유는 끝없는 생산과 소비라는 악순환을 낳게 되고 우리는 만성의 기아 상태에 빠진다. 이에 반해서 ‘존재(存在)’는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아무것..
2022.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