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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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자 물고야(問楛者 勿告也)> 묻는 게 예의 없는 자와 말하지 말아라.
묻는 게 예의 없는 자와 말하지 말아라. 엊그제 00000000을 만났다. 요즈음 언제,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만나든, 항상 감초처럼 따라붙는 ‘이야기 진행법’이 있다. 처음엔 인사치레에서 다음에는 슬그머니 정치로 넘어간다. 서로 잠자코 이야기를 들어주며 나은 정치를 찾으면 된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수많은 나아갈 길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이야기는 2분이면 충분하다. ‘나쁘다’와 ‘좋다’, 그리고 ‘내 편’과 ‘네 편’ 딱 두 가지 경우밖에 없어서다. 순자는 이런 대화 상대를 만나면 아예 이야기를 하지 말라 한다. 『순자』 제1 「권학(勸學)」에 보인다. “묻는 게 나쁜 자에게는 대답하지 말고 대답이 나쁜 자에게는 묻지 말아라.(問楛者 勿告也 告楛者 勿問也)” 순자는 아예 이야기를 말라 한..
2023.01.17 -
<소손녕과 소배압의 사이>
가끔씩 내가 알고 있던 사실(事實)이 진실(眞實)이 아닐 때가 있다. 『기인기사』상, 마지막 을 번역하며 사실과 진실 구별이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책에서는 강감찬과 싸운 장수가 ‘소손녕(蕭遜寧?~997)’으로 되어 있다. 분명 『고려사절요』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고려사절요』제3권 ‘현종 9년(1018), 송 천희 2년ㆍ거란 개태 7년 12월 무술일’ 항목 기록은 이렇다. “거란의 부마 소손녕(蕭遜寧)이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침략하면서 군사 10만 명이라고 소리쳤다. 왕은 평장사 강감찬(姜邯贊, 948~1031)을 상원수로, 대장군 강민첨을 부원수로 삼아 군사 20만 8천 3백 명을 거느리고 영주(寧州, 평남 안주)에 주둔하게 하였다. 흥화진에 이르러 기병 1만 2천 명을 뽑아 산..
2023.01.16 -
<밥벌이의 지겨움>
눈덮힌 캠퍼스에 겨울 햇볕이 좋다. 학기를 마쳐 그런지 학교 도서관에 학생들이 없다. 여유롭게 책 몇 권을 골랐다. 도서관에 오면 지적 향기를 느껴 좋다. 겨울 해는 친절하게 점심나절임을 알려준다. 학교 뒤 를 찾아 고민 끝에 ‘토마토 해산물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아무리 찾아도 내 입맛을 당기는 메뉴는 없었다. 음식 단가를 보니 14500원이다. 학교에서 한 학기 수고했다고 2만 원짜리 음식 쿠폰을 주었다.(꼭 에서만 먹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크리스마스 캐럴 송도 나오고 분위기는 제법이다. 대학가답게 책 몇 권이 꽂혀있다.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이 눈에 들어온다. '밥벌이의 지겨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표지이다. 상당히 고급스러우며 화려하다. 책 몇 권 내다보니 표지만 보아도 출판사에서..
2022.12.16 -
<글 한 줄, 말 한 마디>
글을 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세상, 살아내기 위해 말을 한다. 말 한마디로 남에게 희망을 주기도 절망을 주기도 한다.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쓴다. 글 한 줄로 남에게 희망을 주기도 절망을 주기도 한다. 양 극을 오가는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 내 입에서 나온 말과 내 손에서 쓰인 글은 어떠한가? 혹 남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준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말 한 마디, 글 한 줄을 천 근 쇠뇌 당기 듯하였다. 말은 천금같이 하고 글은 전쟁하는 마음으로 삼가며 쓴 이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저 이들의 말과 글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준다. 그것도 자신의 삶과 일치하는 말과 글이다. 숙종 때 가객 주의식(朱義植) 선생의 시조 한 수 읊어본다. 말하면 잡류(雜類)라 ᄒᆞ고 말 아니하면..
2022.10.27 -
또 한 번의 숨바꼭질을 하며-오타와 무한 전쟁
또 한 번의 숨바꼭질을 하며-오타와 무한 전쟁 또 한 번의 숨바꼭질을 한다. 오타와 숨바꼭질에서 얻은 결론은 수정본이다. 책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다. 두려운 마음에 내용은 안 본다. 오타가 있을까 봐서다. 첫 책 내던 날,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오며 여의도 어딘가에 차를 세웠다. 빨리 보고 싶어서다. 페이지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들어온 게 오타였다. 순간 머리카락이 번쩍 서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한동안 그 오타가 꿈 속에서도 나왔다. 책을 출간한다는 게 꽤 두려운 일임을, 글자들에게 무한 겸손해야 함을, 글 쓰는 이라면 오타와 숨바꼭질을 숙명처럼 해야한다는 것을, 그때 비로소 알았다. 그렇게 책 몇 권을 내며 자연 가장 먼저 수정본을 만든다. 2쇄를 찍을 때 그 오타를 없애기 위해. 심지어 3..
2022.10.21 -
신들메를 고쳐 매며
https://blog.naver.com/ho771/222882426090 신들메를 고쳐매며 춘천마라톤을 뛰기로 하였다. 코로나 이후 대회는 처음이다. 29일 남았다. 그동안 몸무게가 10킬로 그램 늘... blog.naver.com
202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