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진 벚꽃의 수사학>

2022. 4. 8. 11:30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잘려진 벚꽃의 수사학>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인간이란 동물은 참 잔인하다. 며칠만 참으면 되는데 굳이 저 꽃 달린 가지들을 잘라내야 할까?

나무로서는 일 년에 단 한번 맞는 찬란한 봄이다. 불과 며칠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꽃다운 시절이다. 봄꽃은 하나의 어린 줄기가 심한 변형을 거쳐 만들어진다. 벚꽃은 수술과 암술을 모두 갖췄다. 이를 양성화(兩性花)라 한다. 꽃받침·꽃잎·수술·암술이 모두 있으면 갖춘꽃이요, 하나라도 없는 꽃이 안갖춘꽃이다. 안갖춘 꽃이든 갖춘 꽃이든 꽃은 꽃이요, 모든 꽃은 어미로서 꽃씨를 잉태한다.

 

꽃은 청춘이다. 특히 발그레한 연분홍 양성화 벚꽃을 배경 삼아 찍은 사진에는 늘 웃음기 가득한 싱싱한 청춘 남녀들이 서있다. 이 시절이 인간으로 치면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화양연화(花樣年華)이다. 이제 막 피려는 벚꽃가지에 도시 미관을 들어 차디찬 인간의 금속성 쇳소리가 지나갔다.

 

이제 베어진 저 나뭇가지는 다시 꽃을 피울 수 없다. 저 꽃도 씨앗을 잉태하지 못한다. 봄바람 따라 해끗해끗 눈발처럼 날리는 벚꽃도 봄비 오는 날 애잔히 떨어지는 꽃비도 볼 수 없다. 흩날리는 벚꽃은 오래전부터 삶의 덧없음에 비유되곤 했다. 베어진 벚꽃가지에서 회색빛 도시의 비정과 쓸쓸함을 읽는 것은 나 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