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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왕불가(無往不佳)> 어디를 가든 멋지다!
어디를 가든 멋지다! 아침에도 멋지고 저녁에도 멋지다. 날이 맑아도 멋지고 날이 흐려도 멋지다. 산도 멋지고 물도 멋지다. 단풍도 멋지고 바위도 멋지다. …어디를 가든 멋지지 않은 것이 없고 어디를 함께 하여도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 멋진 것이 이렇게 많도다!(朝亦佳 暮亦佳 晴亦佳 陰亦佳 山亦佳 水亦佳 楓亦佳 石亦佳 … 無往不佳 無與不佳 佳若是其多乎哉). 이옥(李鈺)의 「중흥유기총론(重興遊記總論)」이란 글이다. ‘멋지다(佳)’라는 단순한 어휘 나열이나 녹록치 않다. 상대적인 사물을 반복하여 문장을 이어가지만 정말 멋진 문장 아닌가. 흔히 글쓰기를 할 때, 한 문장에 동일한 어휘를 쓰지 말라 한다. 그러나 이렇듯 반복도 잘만 쓰면 훌륭한 문장이 된다. 이렇듯 좋은 글은 형..
2022.12.20 -
<일어천행(一語踐行)> 한 마디 말이라도 실천하라
한 마디 말이라도 실천하라 한 마디 말이라도 실천하면 이 또한 족하나니 一語踐行斯亦足 만 마디 말 부질없이 외워야 무슨 성취 있으리 萬言空誦竟何成 경와(敬窩) 김휴(金烋, 1597~1638)가 자식에게 경계하는 글에 보인다. 김휴는 조선 중기의 학자로 본관은 의성(義城), 자는 자미(子美) 또는 겸가(謙可), 호는 경와다. 그는 성격이 올곧고 불같아서 결코 불의와 타협하는 일이 없었다. 1627년 사마시에 합격했으나 세상을 경계하여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평생을 술꾼으로 지냈다. 주위의 간곡한 권유로 잠시 강릉참봉에 임명되었지만, 스승인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의 학통을 계승해 성리학을 깊이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김휴가 아버지에게 받은 훈계를 자식에게 준 계자서(戒子說,아들을 경계하여 준 글)이다. ..
2022.12.19 -
1일 경구(警句)<절실진솔(切實眞率)> 그, 생활의 글이 수필
그, 생활의 글이 수필 윤오영 선생의 「엽차와 인생과 수필」에 보이는 글이다. 선생은 수필을 절실하고 진솔한 삶으로 정의한다. ‘절실(切實)’이란 두 자를 알면 생활이요, ‘진솔(眞率)’이란 두 자를 알면 글이다. 눈물이 그 속에 있고 진리가 또한 그 속에 있다. 거짓 없는 눈물과 웃음, 이것이 참다운 인생의 에누리 없는 고백, 이것이 곧 글이다. 정열의 부르짖음도 아니요, 비통의 하소연도 아니요, 정(精)을 모아 기(奇)를 다툼도 아니요, 요(要)에 따라 재(才)를 자랑함도 아니다. 인생의 걸어온 자취 그것이 수필이다.
2022.12.17 -
<밥벌이의 지겨움>
눈덮힌 캠퍼스에 겨울 햇볕이 좋다. 학기를 마쳐 그런지 학교 도서관에 학생들이 없다. 여유롭게 책 몇 권을 골랐다. 도서관에 오면 지적 향기를 느껴 좋다. 겨울 해는 친절하게 점심나절임을 알려준다. 학교 뒤 를 찾아 고민 끝에 ‘토마토 해산물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아무리 찾아도 내 입맛을 당기는 메뉴는 없었다. 음식 단가를 보니 14500원이다. 학교에서 한 학기 수고했다고 2만 원짜리 음식 쿠폰을 주었다.(꼭 에서만 먹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크리스마스 캐럴 송도 나오고 분위기는 제법이다. 대학가답게 책 몇 권이 꽂혀있다.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이 눈에 들어온다. '밥벌이의 지겨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표지이다. 상당히 고급스러우며 화려하다. 책 몇 권 내다보니 표지만 보아도 출판사에서..
2022.12.16 -
<막량모자(莫良眸子)> 그 눈동자에 그 사람이 있다
그 눈동자에 그 사람이 있다 『맹자』이루 상에 보인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에게 있는 것 가운데 눈동자보다 더 진실한 것은 없다. 눈동자는 그의 악을 가리지 못한다.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가 밝고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흐리다. 그 사람의 말을 들어 보고 그 눈동자를 살펴본다면 어떻게 실정을 속일 수 있겠는가(孟子曰 存乎人者 莫良於眸子 眸子不能掩其惡 胸中正 則眸子瞭焉 胸中不正 則眸子眊焉 聽其言也 觀其眸子 人焉廋哉) 아침부터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이유다.
2022.12.16 -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경진출판, 2022) 표지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경진출판, 2022) 표지를 최종적으로 오케이하였다. 이제부터 출판사의 시간이다. 20년 전 쯤, 『기인기사록』상‧하를 만났다. 연구를 하여보니 저자 송순기는 1920년대 식민지 시대를 살다간 문인 지식인으로 기자요, 발행인 겸 편집장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36세라는 나이 요절로 그의 문학 또한 그만큼으로 멈췄지만 문학세계가 결코 녹록치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다. 1920년대 지식인 송순기의 대 사회적 글쓰기를 한마디로 줄인다면 ‘전방위적 글쓰기’이다. 전방위적 글쓰기라함은 기자로서 기사뿐만 아니라 야담, 소설, 한시, 논설, 기행문, 전(傳) 등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10여 년이란 물리적 기간에 말이다. 그동안 『기인기사록』하를 번역하여..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