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각종 수업 자료)(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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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줄, 말 한 마디>
살아가기 위해 말을 한다. 말 한마디로 남에게 희망을 주기도 절망을 주기도 한다.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쓴다. 글 한 구절로 남에게 희망을 주기도 절망을 주기도 한다. 양 극을 오가는 말 한 마디와 글 한 구절. 내 입에서 나온 말과 내 손에서 쓰인 글은 어떠한가? 혹 남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준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한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말 한 마디, 글 한 줄을 천 근 쇠뇌를 당기 듯하였다. 말은 천금같이 하고 글은 전쟁하는 마음으로 삼가며 쓴 이들의 삶을 곰곰 생각해 본다. 저 이들의 말과 글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준다. 그것도 자신의 삶과 일치하는 말과 글이다. 숙종 때 가객 (朱義植, ?~?) 선생의 시조 한 수 읊어본다. 말하면 잡류(雜類)라 ᄒᆞ고 말 아니하면 어리다 ᄒᆞ니 빈한..
2022.06.26 -
<질문>
아침부터 블로그를 뒤적거린다. 혹 무슨 글감이라도 있을까하여. 14년 전 이 눈에 들어온다. 저 글로부터 10년하고 몇 년이 훌쩍 지났다. 아직도 나는 ‘내 책의 소임을 다했나?’하는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 언젠가 책이 나와 어떤 이에게 삼가 내 이름을 적어 1부 증정했습니다. 어떤 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웬 책을 그렇게 자주 내냐?”고, 그러면서 “책은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충고하였습니다. 나는 ‘그렇게 쉽게 책을 쓴 적이 없습니다.’라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하고 싶었습니다. “땅에 뿌린 씨앗은 간혹 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뿌리지 않는 씨앗은 절대 나지 않습니다.” 내 책에서 단 한 줄만이라도 다른 이의 마음에 국문학의 씨앗을 뿌렸다면, 내 책의 ..
2022.06.26 -
“나도 너만큼 알아. 이제 더 이상 전문가 의견 안 들어”
“나도 너만큼 알아. 이제 더 이상 전문가 의견 안 들어” 톰 니톨스의 『전문지식의 죽음(The Death of Expertise)』이라는 책이 있다. 니콜스는 구(舊) 소련 문제에 대한 전문가란다. 그는 SNS에서 러시아에 관해 자기를 가르치려 드는 ‘비전문가’들에 화가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가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니톨스는 그래 『전문지식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꼭 그러할까? SNS에서 보고 들은 지식은 전문지식이 아니고 그러한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닐까? 나 역시 수많은 전문가들을 보았고 국문학(고전서사)을 공부하는 전문가이다. 하지만 전문지식을 지닌 전문가가 결코 우리 국문학계를 이끌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 국어국문학과는 명패조차 지키지 못하고, 어..
2022.05.16 -
<유예> 원문
유예 오상원 몸을 웅크리고 가마니 속에 쓰러져 있었다. 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손과 발이 돌덩어리처럼 차다. 허옇게 흙벽마다 서리가 앉은 깊은 움 속, 서너 길 높이에 통나무로 막은 문 틈 사이로 차가이 하늘이 엿보인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냄새로 짐작하여 그리 오래 된 것 같지는 않다. 누가 며칠 전까지 있었던 모양이군. 그놈이나 매한가지지, 하고 사닥다리를 내려서자마자 조그만 구멍으로 다시 끌어올리며 서로 주고받던 그자들의 대화가 아직도 귀에 익다. 그놈이라고 불린 사람이 바로 총살 직전에 내가 목격하고 필사적으로 놈들의 사수(射手)를 향하여 방아쇠를 당겼던 그 사람이었을까……. 만일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또 어떤 사람이었을까……. 몸이 떨린다. 뼈 속까지 얼음이 박힌 것 ..
2022.05.09 -
“호윤아! 네 글에 감동이 없어.”1.2.
“ㄷㅇ아! 네가 내 글에 감동이 없다. 그랬지. 그 울림이 꽤 길구나. 곰곰 생각해 본다. 내 글이 건조한 거는 내가 이 세상에 감동을 못해서야. 그러고 보니 감동을 한 지가 언젠지 모르겠네. 휴일 잘 보내렴.” 오늘 아침 친구에게 보낸 카톡 문자다. 엊그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대학 동기요, 룸메이트로 40년 지기이기도 하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녀석이다. 햇수로 2년 만이다. 군대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소원했던 적이 없었다. 코로나가 꽤 사람들을 멀리 떼어놓은 듯하다. 술잔이 두어 순 배 돌고 세상사가 자연히 오갔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내 글까지 나왔다. “---. 호윤아! 네 글에 감동이 없어.” 무심히 던진 녀석의 말이다. 감동이 없는 글, 가만가만 내 글들을 읽어본다. 가뭄에 논바닥 갈..
2022.04.28 -
“ 호윤아! 네 글에 감동이 없어.”
“ㄷㅇ아! 네가 내 글에 감동이 없다. 그랬지. 그 울림이 꽤 길구나. 곰곰 생각해본다. 내 글이 건조한 거는 내가 이 세상에 감동을 못해서야. 그러고 보니 감동을 한 지가 언젠지 모르겠네. 휴일 잘 보내렴.” 오늘 아침 친구에게 보낸 카톡 문자다. 엊그제 친구를 만났다. 대학 동기요, 룸메이트로 40년지기이기도 하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녀석이다. 햇수로 2년만이다. 군대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소원했던 적이 없었다. 코로나가 꽤 사람들을 멀리 떼어놓은 듯하다. 술잔이 두어 순 배 돌고 세상사가 자연히 오갔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내 글까지 나왔다. “---. 호윤아! 네 글에 감동이 없어.” 무심히 던진 녀석의 말이다. 감동이 없는 글, 가만가만 내 글들을 읽어본다.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 듯 바짝 말랐다...
202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