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윤아! 네 글에 감동이 없어.”1.2.

2022. 4. 28. 15:34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ㄷㅇ아! 네가 내 글에 감동이 없다. 그랬지. 그 울림이 꽤 길구나. 곰곰 생각해 본다. 내 글이 건조한 거는 내가 이 세상에 감동을 못해서야. 그러고 보니 감동을 한 지가 언젠지 모르겠네. 휴일 잘 보내렴.”

 

오늘 아침 친구에게 보낸 카톡 문자다. 엊그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대학 동기요, 룸메이트로 40년 지기이기도 하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녀석이다. 햇수로 2년 만이다. 군대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소원했던 적이 없었다. 코로나가 꽤 사람들을 멀리 떼어놓은 듯하다. 술잔이 두어 순 배 돌고 세상사가 자연히 오갔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내 글까지 나왔다.

“---. 호윤아! 네 글에 감동이 없어.”

 

무심히 던진 녀석의 말이다. 감동이 없는 글, 가만가만 내 글들을 읽어본다.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 듯 바짝 말랐다. 내가 보는 세상은 그랬나 보다. 감동을 느끼지 못하니 감동 어린 글이 나올 리 없다.

2.

저녁에 친구에게 꽤 긴 답장이 왔다. 기자 출신에 이름 석 자를 알면 다 아는 병원의 부원장답다. 글에는 따뜻하면서도 논리적인 친구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호윤, 간만에 집사람과 막내 데리고 외출했다가 잠시 전 귀가했다. 몇 년 만에 봄 나들인가 싶다. 그런데,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내가 아직 치매가 아니라면 네 기억에 동의할 수가 없구나. 네 글에 감동이 없다고 말한 기억이 없는데. 내 기억으로는 재미가 적다고 한 것 같은데---. 요즈음 잘 팔리는 책들은 시류에 연합해서, 이를테면 포인트를 잘 찍고 있는데 반해, 네 글은 다분히 학술적이고 옛이야기가 많다 보니 재미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그런 건데. 내가 네 글에 감동이 없다고 했다니---도무지 뭔 말인지 모르겠구나.

만약에 내가 그랬다면 그 말 당장 취소하마. 그리고 미안하다 사과하마. 너와 내가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도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참으로 주제넘은 소리이고 못돼먹은 잡소리가 분명하다. 네 글에 감동이 없다니,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아. 절대로. 난 네 글을 보고. '야! 내 친구가 이런 경지의 글을 쓰다니 참으로 자랑스럽고 대단쿠나.' 이리 감탄한 적은 있어. 내 기억으로는 네가 분명히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혹여 오해 말고 기죽지도 말고 섭섭해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나는 분명코 그리 생각한 적이 없으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네 글과 네가 쌓아올린 40여 권의 저작에 감히 경의를 표한다. 이게 진심이다. 평안한 밤 되기를 ---"

난 이러한 답장을 보냈다.

"깜짝이야! 이런, 나는 글 주제를 하나 얻었나 하였는데^^내가 잘못 들었구나. 사실 내 글이 건조해. 점점 따뜻한 감정을 잃는 것을 느껴.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야. 내가 메말라 가나 봐. 너야 내 둘도 없는 나를 아는 녀석이지. 오해라니. 편한 밤 되렴."

잘못 듣고 오해인들 어떠랴. 내 어리석음으로 인해, 난 오늘 밤에는 분명 꽤 긴 꿈을 꾸리라. 대학시절, 친구 녀석과 함께 지내던 그 자취방을 찾아서. 그 방에는 아직도 라면 부스러기에 담배꽁초 두어 개쯤 있고 우리는 꽤 긴 40년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리라. 꿈을 깨기 전에 이런 말은 꼭 하리라. "네가 내 친구라는 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