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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권의 수정본을 만들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드디어 가 출간되었다. 그럭저럭 50번째 책이다. 출판사 양 사장님과 둘이서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한다. 표지하며 속지까지 출판사에서 모든 기력을 동원했음이 보인다. 책 안 읽는 이 나라이기에 고마울 따름이다.(2017년 발표한 OECD 국가별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은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이어 독일, 영국 등이 상위 순위에 랭크되었다. 우리나라는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166위)이다.) 의 주인공들은 모두 고인들이다. 술 한 잔 따라 올린다. "고맙습니다. 제 책 속으로 들어오셔서." 따지자면 내 책도 아니다. 저이들이 아니면 내가 어떻게 이 책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러니 저이들의 삶이다. 그러고 보니 출판, 인쇄, 제지, 나..
2022.12.27 -
<소인지학(小人之學)> 소인배의 배움을 하지 마라.
소인배의 배움을 하지 마라. 소인배들의 배움은 귀로 들으면 곧 입으로 나간다. 입과 귀의 사이는 4치밖에 안 되니 어떻게 7척의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가.(小人之學也 入乎耳 出乎口 口耳之間則四寸耳 曷足以美七尺之軀哉) 『순자(荀子)』 「권학(勸學)」에 보인다. 귀로 들어 곧 입으로 나가는 배움을 ‘구이지학(口耳之學)’이라 한다. 조금도 자기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배움이다. 소가 여물을 먹고 되새김질하듯이 보고 배운 것을 마음으로 새겨 체화하라는 말이다. 오늘 내 배움이 모쪼록 소인배의 소일거리가 아니었으면 한다.
2022.12.26 -
<서화담의 공부법>- ‘종종조법(從從鳥法)’
- ‘종종조법(從從鳥法)’ 화담은 늘 말하기를, “나는 스승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공부하는 데에 많은 공력을 들였다. 그러나 후세 사람이 나의 말을 따르면 나와 같은 수고는 하지 않으리라” 하였다. 이것이 자득지학(自得之學,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공부)이다. 이 자득지학이 바로 화담 서경덕의 단계 공부법인 ‘종종조법(從從鳥法)’이다. ‘종종조’는 종달새니 풀어 말하면 ‘종달새 공부법’이다. 화담은 딱히 스승이 없었다. 혼자 공부하였기에 ‘격물(格物,자득하려 사물의 이치를 따져 밝힘)’을 하기 위해 ‘궁리(窮理,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져 깊이 사색함)’하였다. 그 방법이 ‘종종조법’이다. 예를 들어 하늘의 이치를 격물하려면 ‘하늘 천(天) 자’를 벽에 써놓고서 몇 날 며칠이고 묵묵히 생각하며 문헌들을 뒤져 ..
2022.12.24 -
<일편석난득(一片石難得)> 돌 한 조각은 구하기 어렵다
돌 한 조각은 구하기 어렵다 10만 관 돈은 끌어올 수 있어도(十萬貫可纏) 돌 한 조각은 구하기 어려워라(一片石難得)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 선생이 충청도 직산현감으로 떠나는 홍세주에게 준 글에 보인다. 선생이 시에서 말한 ‘돌 한조각’은 현재 충청남도 천안시 성환읍 대흥리에 있는 고려시대 ‘봉선홍경사 갈기비(奉先弘慶寺碣記碑)’이다. 금석학을 공부하는 선생이다. 10만 관의 돈꿰미보다 돌 한 조각에서 나온 탁본을 더 귀하게 여긴다. 학문과 배움이, 물질 가치로 치환되는 시대이다. 선생의 ‘돌 한 조각’에 삶을 의지해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임을 선생에게 배운다. 서둘러 ‘글 한 구절’ 구하려 자음과 모음을 주섬주섬 챙겨본다. *‘봉선홍경사갈기비(奉先弘慶寺碣記碑)’는 1962년..
2022.12.23 -
<불비기궁(不悲其窮)> 그 곤궁한 처지를 슬퍼하지 않는다.
그 곤궁한 처지를 슬퍼하지 않는다. 연암 박지원의 에 보인다. 백영숙은 무인인 백동수(白東修)이다. 재주와 기예가 뛰어났으나 무인 집안의 서얼이다. 태생부터가 조선이란 나라에서 쓰이지 못할 재목이다. 영숙은 가족을 이끌고 강원도 기린협으로 장왕(長往, 속세를 영영 떠나감)한다. 그러나 연암은 자신의 처지를 견주어 그의 장왕을 슬퍼하지 않는다. 세상에 미련을 깨끗이 버리고 과단성 있게 떠나는 그를 어찌 슬퍼하겠는가. “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며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하물며 영숙의 떠남을 말릴 수 있겠는가. 나는 영숙의 뜻이 장엄하여 그 곤궁한 처지를 슬퍼하지 않는다(未能决去就 况敢止永叔之去乎 吾壯其志 不悲其窮)” 어제 지인과 세상사를 주고받았다. 나 역시 인생의 갈림길에서 서성인다. 어디로 ..
2022.12.22 -
<설색백어지(雪色白於紙)> 눈이 종이 보다 희길래
" 눈이 종이 보다 희길래" 고려의 대문장가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란 시 첫구다. 세상이 하얗게 솜이불을 덮은 날, 벗을 찾았나보다. 그러나 주인은 없고, 눈 위에 이름 자만 일필휘지 한다. '‧백‧운‧거‧사‧이‧규‧보' 바람아! 내 벗님이 오기 전에는 절대 쓸어버리지 마시게.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길래 (雪色白於紙) 채찍 들어 내 이름을 그 위에 썼지(擧鞭書姓字) 바람아 불어서 땅을 쓸지 마렴 (莫敎風掃地)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다오 (好待主人至) 내일이 동지(冬至)이다.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꽃이다. ‘천화(天花)’가 피었다. 선인들은 눈을 ‘하늘에서 내리는 꽃’이라는 뜻으로 '천화'라하였다. 눈송이가 여섯 모의 결정이라 ‘육출화(六出花)’라고도 한다...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