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비기궁(不悲其窮)> 그 곤궁한 처지를 슬퍼하지 않는다.

2022. 12. 22. 10:04카테고리 없음

<불비기궁(不悲其窮)> 그 곤궁한 처지를 슬퍼하지 않는다.

 

연암 박지원의 <기린협으로 들어가는 백영숙에게 주는 글(贈白永叔入麒麟峽序)>에 보인다. 백영숙은 무인인 백동수(白東修)이다. 재주와 기예가 뛰어났으나 무인 집안의 서얼이다. 태생부터가 조선이란 나라에서 쓰이지 못할 재목이다. 영숙은 가족을 이끌고 강원도 기린협으로 장왕(長往, 속세를 영영 떠나감)한다. 

그러나 연암은 자신의 처지를 견주어 그의 장왕을 슬퍼하지 않는다. 세상에 미련을 깨끗이 버리고 과단성 있게 떠나는 그를 어찌 슬퍼하겠는가. 

 

“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며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하물며 영숙의 떠남을 말릴 수 있겠는가. 나는 영숙의 뜻이 장엄하여 그 곤궁한 처지를 슬퍼하지 않는다(未能决去就 况敢止永叔之去乎 吾壯其志 不悲其窮)”

 

어제 지인과 세상사를 주고받았다. 나 역시 인생의 갈림길에서 서성인다. 어디로 가야하는가? 하늘에게 물어도 대답이 없으니 ‘불구기궁’을 주억거릴 뿐이다.

*백동수(白東脩, 1743년 ~ 1816년)은 조선 후기의 무신으로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무예도보통지》의 편찬에 참여하였다. 본관은 수원, 휘는 동수(東脩), 자는 영숙(永叔), 호는 야뇌(野餒), 인재(靭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