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11) 용인(用人), 백성이 중요하고 관리는 가벼우며 백성이 먼저이고 관리는 나중이다

2022. 6. 14. 01:17신문연재

[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11) 용인(用人), 백성이 중요하고 관리는 가벼우며 백성이 먼저이고 관리는 나중이다
  •  2022.06.14 15면

 

 
내가 남을 위해 쓰인 다음에 남을 쓰는 것이요,
남을 위해 쓰이지 않으면 남을 쓰지도 못한다

<권성동 “尹, 인재풀 한계”·尹대통령 “檢출신, 필요하면 또 쓴다”> 인사(人事)를 두고 당정 불협화음을 보도한 한 신문 기사이다. 거론되는 인물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은 박물관에 유폐된 박제일 뿐이다. 온통 검찰투성이니, 제 친위대 건설이지 나라를 위한 인재 등용이 아니다. 급기야는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새 정권 첫술부터 인사가 이러니, 그 용인(用人·관리 선발)에 실패했다는 뜻 아닌가.

혜강(惠岡) 최한기(崔漢綺, 1803∼1877) 선생에게 물어본 인사는 이렇다. 선생은 <인정(人政)>에서 “사회의 정치적 질서는 인간에 근본하는 것”이라는 인도(人道,사람의 도리) 철학을 내세웠다. 인정의 체계는 크게 측인문(測人門), 교인문(敎人門), 선인문(選人門), 용인문(用人門)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측인'은 사람을 헤아려 인성과 적성을 탐색해보는 문이요, '교인'은 인재를 가르치고 기르는 문이며, '선인'은 인재를 선발하는 문이며, '용인'은 심사숙고해서 뽑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문을 의미한다.

<용인문> 1, '청민출척(聽民黜陟)'부터 본다. 청민출척은 백성들의 소리를 들어 관리를 임용하거나 내치라는 말이다. 선생은 민(民)과 관(官), 국(國)을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파악했고 백성의 의견을 국가가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백성과 관리가 서로 의지하여 정치가 이루어진다며 백성이 관리보다 더 먼저라 한다. 선생은 못된 관리를 내쫓고 착한 사람을 들어 쓰는 것도 오로지 백성의 의견이라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백성들의 관리에 대한 비방과 칭찬을 듣고 고과(考課·관리의 근무 성적)를 결정하는 것이 사람을 쓰는 데 있어서의 실다운 근거가 된다.…백성은 윗사람을 의지하고 윗사람은 백성을 의지하여 양쪽이 서로 의지하는 나라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백성들에게 그 고통을 물어 관리를 교체해야 한다. 백성들을 편안하게 잘 다스리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탐문하는 직책을 잘 수행한 관리를 승진시키는 것은 백성을 위하여 관리를 뽑았기 때문이다. 어찌 백성을 버리고 관리만 영화롭게 여기는가? 이런 까닭에 백성이 중요하고 관리는 가벼우며 백성이 먼저이고 관리는 나중이다. 어찌 민심을 들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관리를 승진시키고 내친다는 말인가.”

선생은 인정의 최종 단계로서 측인·교인·선인은 모두 용인을 기준과 목적으로 삼아 그 효과와 우열이 결정된다 한다. 실용적 입장에 섰을 때 측인·교인·선인이 아무리 잘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인재를 잘 쓰지 못한다면 이익이 없다는 뜻이다. 선생은 '용인'의 근본 원리는 인간사회가 개인의 행동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인간집단의 협력과 조화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도'를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잘 쓸 때에 이루어지고 잘 쓰지 못할 때에 무너지는 것이라 전제하고 <인정용인서(人政用人序)>에서 “내가 남을 위해 쓰인 다음에 남을 쓰는 것이요, 남을 위해 쓰이지 않으면 남을 쓰지도 못한다(我爲人用而后可以用人 我不爲人用則不可以用人)”고 한다.

즉 인간의 모든 관계는 상호적이다. '서로 쓰는 원리'(相爲用之道)가 제대로 작동하면 곧 '아비는 자식의 도리로서 아비 노릇하고 자식은 아비의 도리로서 자식 노릇하여 상호 작용'하는 데서 용인이 실현되고 이것이 바람직한 인간사회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니 '용인'은 내가 쓸 사람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 쓰일 사람이요, '인사'는 내가 부릴 사람이 아니라 백성이 부릴 사람이라야 한다. 결국 관리를 인사[용인]하는 사람은 백성들에게 쓰일 줄 아는 사람이라야 한다. 백성에게 쓰이지 못하는 지도자는 민심을 얻지 못하였기에 지도자 자격이 없다는 매서운 말결이다.

선생은 <감평서(鑑枰序)>에서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크고 작은 일을 경영함에 있어, 사람을 얻어 성공하기도 하며 사람 때문에 실패하는 일도 있으니, 사람을 고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며 '사람을 선택하는 방법만을 논하기보다는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을 연구', 즉 인품을 감별하는 '감평'이 사람을 선택하는 급선무라 한다. 방법론으로 선생이 끌어온 것은 <논어> 위정편의 “사람이 어떻게 속일 수 있겠는가?(人焉廋哉)”이다.

선생은 이는 그 사람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했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기품(氣稟,기질과 성품)·심덕(心德, 마음과 덕)·체용(體容, 도량과 용모)·문견(聞見, 듣고 본 것)·처지(處地, 환경과 행동)를 들었다. 이 다섯 가지는 사람마다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오구(五具)라 칭하고 이 가운데, 기품을 가장 중시했다. 다음이 심덕→체용→문견→처지 순이다. 또 사람의 재주와 국량(局量, 일을 해내는 깜냥)은 기품에서 생기며, 응변(應變, 임기응변)은 심덕에서 생기며, 풍도(風度, 풍채와 태도)는 체용에서 생기며, 경륜(經綸, 일을 조직하고 계획)은 문견에서 생기며, 조시(措施, 사무를 처리하는 능력)는 그 사람의 처지에서 생긴다 하였다.

여담으로 글을 마친다. 선조들은 관리 뽑는 곳을 선관장(選官場)이라했다. 당나라 천연선사가 과거를 보러 가다 “선관장이 부처 뽑는 선불장(選佛場)만 못하다”는 말을 듣고 중이 되었다고 한다. 선불장 스님들도 '수행자란 시퍼런 칼날 위에 서 있듯 행동하라'며 처신을 삼간다. 그러나 작금의 선관장 출신들은 서로가 '승진 축하 난(蘭)만 영화롭게 주고받으며 백성 무서운 줄 모르는 듯'하다. 모쪼록 이 땅에 선생이 말한 '대기운화(大氣運化)'와 '통민운화(通民運化)'가 조화롭게 펼쳐지고 '일신운화(一身運化)' 또한 상승하는 융융한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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