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9)경영지도(經營之道, 회사 경영의 길), 상도를 지켜 천하제일 상인이 되길

2022. 5. 17. 15:43신문연재

 

 

신의(信義): 신용과 의로움을 가져라

부귀공지(富貴共之): 부귀를 사람들과 함께하라

시사삼난(時事三難): 나라를 생각하라

“저는 오늘 잘린다고 해도 처음으로 사람대접받아 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이 회사에,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할 겁니다. 여기서 일했던 3개월이 21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습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수습사원 지안이 장 회장님 앞에서 하는 대사이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인터넷엔 '아시아나항공 무급 휴직제도 '악용', 직원 갈등 증폭'(2022.05.10.)이란 저열한 기사가 뜬다. 간상배(奸商輩, 옳지 않은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는 장사꾼들의 무리)와 다를 게 무엇인가. 회사[상업]가 제아무리 이윤을 얻고자 함이지만 '상도(商道·장사의 도리)'가 있다. 공자는 “이득만 좇으면 원망이 많다(放於利而行 多怨)”라 했다. 상술(商術)만이 아닌 상인(商人)다운 상도를 요구하는 따끔한 가르침이다.

상법 제169조는 “회사란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法人)”이라 정의한다. 회사는 모일 '회(會)'와 모임 '사(社)'로 형성된 '경제'용어이다.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이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이 뜻을 이루기 위해 경영인이 사원을 모아 모임을 결성한 것이 회사이다. 당연히 (1)항이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서 그 이익을 사원에게 귀속시키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라 명시했다. 사장과 사원 두 주체의 상호부조(相互扶助, 서로 도와야 상생한다)라는 필요충분조건을 요구하는 조항이다. '법인'이 자연인이 아니면서 법에 의하여 권리와 능력이 부여되어 인격을 갖는 이유도 여기서 연유한다.

이렇거늘, 회사에 사원이 입사하면서 '갑'과 '을'로 계약을 맺고 2항 대립으로 바뀐다. 지배와 피지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상·하 관계, 명령과 복종으로 나뉘면서 포식자(捕食者)와 기식자(寄食者)라는 괴이한 관계로 되어버렸다. 그 까닭을 '회사'라는 용어에서 찾아본다. '회사'는 19세기 말부터 공식문서에 보이지만 널리 알려진 것은 동양척식주식회사이다. 1908년(순종2) 일본이 한국의 토지와 자원을 노략질할 목적으로 설립하였다. '척식(拓植)'이란 생게망게한 이 말부터 매우 고약스럽다. '미개한 땅에 이주하여 개척하는 것'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조용은 선생의 <소앙집>을 보면 “저들은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일본 정부와 경찰과 결탁하여 토지를 사들였는데 전야, 산림, 도회지, 전택, 황무지로부터 크건 작건 남기지 않았으며 비옥하건 척박하건 가리지 않았다.”고 그 시절 비극을 적어놓았다. 1926년 나석주 의사가 이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진 것은 저러한 이유에서였다.

각설하고, 우리에게도 '회사'에 해당하는 전사(廛肆)가 있었다. 시설을 갖추고 물건을 파는 어엿한 가게였다. 오늘날 경제단체는 임방(任房)이고 경영인들은 보부상(褓負商), 도가(都家), 상고(商賈)이다. 이 상고 중 오늘날에도 경영인의 초상이 될 만한 이가 바로 조선제일의 거상(巨商)인 임상옥과 허생이다. 의주 상인 임상옥(林常沃)은 홍삼을 처음 만들어 판 상인으로 중국과 조선에서 이름을 떨쳤다. 이 이의 상인 철학이 '장사는 곧 사람(商卽人)'이다. 허생(許生)은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에 등장한다. 이 허생에게 오늘날 회사의 갈 길, 특히 경영자의 자세를 물어본다.

신의(信義): 실존인물일 가능성이 있는 허생은 굉유(宏儒·큰 학자)이지만 양고(良賈·훌륭한 상인)로 신용과 의리를 지켰다. <사기> 화식열전에는 “사람이 부유하면 인의가 따라온다(人富而仁義附焉)”하였다. 경영인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어짊과 의리'가 '인의'요, '신의'이다. 의주 상인들이 실천한 삼계(三戒, 친절, 신용, 의리)와도 일치한다. 경영인이 신의를 잃었다면 상도를 잃음이다. 18세기 실학자 유수원 선생은 <우서>에서 “상도가 흐트러지면 상인들의 이익도 분산되어 아주 해로운 근원이 된다(商道分而商利散 爲渠輩切害之根委哉)”하였다.

부귀공지(富貴共之): 저 시절 또한 이 시절과 다를 바 없어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였다. 허생은 얻은 이득을 백성들과 아낌없이 공유하였다. <논어>,학이를 보면 자공이 공자에게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은 사람은 어떠합니까?”하고 묻는다. 공자는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함만 못하지(富而好禮者也)”라 한다. 임상옥 역시 이런 예를 갖춘 상인이었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라며 모든 재산을 백성들과 공유했다. 재물은 원래 내 것과 네 것이 없다. 물이 내 것과 네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사삼난(時事三難): 허생이 나라 구할 세 가지 비책이다. 허생은 시사삼난으로 당시 무능한 정치인과 어리석은 북벌론자를 통매하며 부강한 조선을 꿈꿨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국가를 경영하는 일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리처드 코니프는 <부자>에서 록펠러, 워런버핏 같은 부자들을 동물의 생태학과 견주었다. '물질 낙관론'은 세상을 비열하고 천박하게 만든다. 이 시절의 시사삼난은 도처에 있다. '일체향전간(一切向錢看·모두 돈만 보자)'만 외치고 '맘몬(Mammon,돈)-神'을 섬기며 이 나라는 독서 후진국이 되었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만 15세 학생들은 '문해력'이 가장 낮다. OECD 평균 47.4%, 우리나라는 25.6%이다(출처: EBS제작팀-EBS당신의 문해력). 그래, 이런 제언을 해본다. 혹 이 글을 읽으시는 경영인이 계신다면 '1회사 1서점 지원 운동'이라도 하면 어떠할까?(미국의 상인 철강왕 카네기는 도서관 3000여 개를 건립하였다. 이 도서관이 오늘날 미국 문명의 근원지다.) 이왕 상인이 되었다면 천하제일 상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옹선사의 게송으로 갈무리한다. “금 쌓아두고 죽음만 기다리니 어찌 그리도 어리석은가!(積金候死愚何甚)”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