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13) 민주(民主), '백성의 주인'이 아닌, '백성이 주인'이다

2022. 7. 11. 19:21신문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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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13) 민주(民主), '백성의 주인'이 아닌, '백성이 주인'이다 - 인천

만화영화 '톰과 제리'가 있다. 제리는 생쥐 주제에 고양이 톰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얼토당토않게 생쥐가 고양이를 골려 먹는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연구자들은 제리의 뇌 편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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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13) 민주(民主), '백성의 주인'이 아닌, '백성이 주인'이다
 
 

만화영화 '톰과 제리'가 있다. 제리는 생쥐 주제에 고양이 톰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얼토당토않게 생쥐가 고양이를 골려 먹는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연구자들은 제리의 뇌 편도체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 진단한다. 편도체는 공포자극을 공포반응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여서란다.

생각해 보니, '민주(民主)'라는 말이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백성의 주인'도 되고 정 반대로 '백성이 주인'도 된다. 왕조시절에는 주인 주(主)자가 왕이요, 민주공화국에서는 주인 주(主)자가 백성이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공화국 선거로 권력을 움켜쥔 저들은 분명 '백성의 주인'으로 해석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원내 구성도 못 했는데 집권당 원내대표는 외유를 하고 대표는 성(性) 상납을 받았다는 보도에 더하여 윤핵관 등등은 권력놀음에 여념이 없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4일 만취 음주 운전 이력에 교수 시절 '갑질 의혹'을 받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널리 이해해주실 것”이라는 기사도 보인다. 만취 음주 운전이면 교장도 못되거늘 한 나라 교육의 수장이라니 그야말로 아이러니의 극치이다.

또 검찰 출신을 과도하게 등용하여 헌법 1조 1항을 “대한민국의 주권은 선출된 권력자들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검찰로부터 나온다”로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권 출발 불과 2개월이 못 되어 여당의 지지도는 낙하산을 그리고 대통령 지지율은 '데드 크로스'를 넘었다. 이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말과 행동이 언죽번죽이요 귀둥대둥이지만, 내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오죽하면 “일제히 윤석열 정권 국정 우려 쏟아낸 조중동 칼럼”이란 보수신문의 뜨악한 기사에 '동아일보'에는 “최악의 경우 대통령 탄핵 시도할 수도”라는 섬뜩한 문장까지 등장했다.

야당은 어떤가? 당 안팎에서 힘깨나 썼던 기득권 세력들이 당내 대표 선출에 특정인보고 '나오지 마라'며 서로 으밀아밀 할금거리며 설레발친다. 특정인이 대표가 되면 후일 공천을 못 받을 듯해서다. 건너다보니 절터라고, 여당이고 야당이고 모지락스런 짓이 어금지금하다. '백성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저열한 행태들이다. '민주공화국'이란 용어가 애면글면 속을 끓이니 이 나라 백성으로서 무력감과 참담함을 넘어 전율스럽다.

 

《서경》 <상서> '함유일덕(咸有一德,모두 한결같은 덕을 지녀야 한다)'에 “임금은 백성이 아니면 일을 시키지 못하고 백성은 좋은 임금이 아니면 섬길 대상이 없으니 임금이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백성을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한 사람의 지아비와 한 사람의 지어미가 스스로 극진히 섬길 대상을 얻지 못하게 되면 백성의 주인(임금)이 누구와 더불어 그 공을 이루겠습니까(后非民罔使 民非后罔事 無自廣以狹人 匹夫匹婦不獲自盡 民主罔與成厥功)”라 하였다. 이 말은 명재상 이윤(伊尹)이 벼슬길을 떠날 때, 임금 태갑(太甲)의 덕(德)이 순일하지 못하여 나쁜 사람을 등용할까 두려워 경계한 말이다. 태갑은 상(은)나라 4대 군주이다. 하물며 백성의 주인인 왕조시절에도 저러했다. 좋은 임금이 아니면 백성들도 섬기지 않는 법은 백성들의 양도 불가능한 권리이다. 더욱이 '한 사람의 지아비와 한 사람의 지어미'조차 돕지 않으면 임금은 그 공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였다. 왕조시절에도 이렇거늘 어찌 이 나라 정치꾼들은 만무방이 되어 주인인 백성을 우습게 안단 말인가.

'여러분들 투표하고 오셨나요? 난 안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 하는 데 나는 우리나라 선거를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지방을 가르고 제 일신의 영화만을 위해 권력을 탐해서 그렇습니다.' 씨알의 소리 함석헌 님, 김수환 추기경 님 등과 함께 근·현대 실학자를 꼽으라면 서너 손가락에 드는 법정 스님 말씀이다. 요즈음 답답한 마음에 법정 스님이 남기신 육성을 듣다가 무릎을 쳤다. 스님께서 열반하신 지가 10년이 넘지만 저 말씀이 지금도 이 나라에서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생애로 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나는 듯하다. 언제쯤 우리는 '그 사람(其人)'을 선출해 권력을 맡길까.

아! 이제야 알았다. 제리가 톰을 농락하는 이유를, 이 나라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있느냐는 사실 문제가 아니었다. '백성이 주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백성의 주인'을 선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인간의 결정은 대부분 이성적 분석보다는 감정적 반응과 어림짐작'이란 주장에 동의할 밖에 없다. 이 땅의 민주주의의를 꽃피울 '합리적 개인'이니 '집단적 지성'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나 보다. 1당 독재 북한도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민주(民主)의 뜻이 '백성의 주인인가? 아니면 '백성이 주인인가?'를 자금자금 씹어보는 오늘이다.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