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 그리고 기생(妓生)(8) 마지막회

2022. 5. 12. 15:51간 선생의 야담 카페

위 글들은 대부분이 연가(戀歌)입니다. 연가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부르는 노래이지요. 사랑하여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행복한 사람치고 사랑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에모토 마사루(江本 勝)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나무심는사람,2002)라는 책을 읽고 사뭇 놀랐습니다. 어느 나라 말이든 ‘사랑’, ‘감사’라는 글을 보여준 물에서는 아름다운 육각형 결정이 나타났고, ‘악마’라는 글을 보여준 물은 중앙의 시커먼 부분이 주변을 공격하는 듯한 형상을 보였습니다. 또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했을 때는 정돈된 깨끗한 결정이나 예쁜 형태의 육각형 결정을 이루었지만, ‘망할 놈’, ‘바보’, ‘짜증나네’, ‘죽여버릴 거야’, ‘하지 못해!’ 따위의 부정적인 어휘에 대한 반응은 어린아이가 폭력을 당하는 듯한 형상을 보였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저렇듯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내 대학시절이던가, 어느 재주 있는 이가 만든 사랑에 관한 수식(數式)이 있습니다. ‘5(오해)-3(세 번 생각)=2(이해)이고, 2(이해)+2(이해)=4(사랑)’이라고. ‘오해’를 풀고 ‘이해’를 하며 두 사람만의 삶의 밭을 일구어 나가는 것, 이것이 ‘사랑’이란 뜻이겠지요. 그래 사랑의 밭을 개간하기 힘들어, 사랑에 속고 속이며, 사랑에 울고 웃으면서도 사랑을 떠날 수 없는 것은 아닌지요.

하지만 요즈음, 저러한 사랑을 어떤 이는 ‘구멍가게 진열대 위의 상품’ 정도로, 혹은 ‘운명의 장난이 빚은 실수’ 따위로 여기더군요. 그래 사랑이 고작 돈으로 환전하는 상품이요, 정해진 운명 위의 고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지요. 손가락질로 세상을 살았던 기생도 소중히 간직한 사랑을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호주 원주민인 ‘참사람 부족’은 우리 같은 문명인을 ‘무탄트’라 부른다는 군요. ‘무탄트’란 ‘돌연변이’라고 합니다. 돌연변이는 유전물질인 DNA가 갑자기 변화하여 자손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이 지나치게 물질화되어 급기야는 저 아름다운 ‘사랑’이란 말까지 오염시켜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정녕 사랑을 모르는 돌연변이들이 잡화점에서 인스턴트식 사랑을 사고판다면, 그 세상은 저주받은 땅일 것입니다.

의문의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1853 - 1890)를 아시지요. 그는 사랑에 관한한 참 아픈 이입니다. 그는 자기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다 사람을 다음과 같이 셋으로 구분했지요. 여러분은 어떠한 사람인가요?

“사랑을 하지도 받지도 않는 사람,

사랑을 하지만 받지 않는 사람,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