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 그리고 기생(妓生)(4) (취선, 추향, 계월)편

2022. 4. 24. 15:47간 선생의 야담 카페

 
시심(詩心), 그리고 기생(妓生)(4) (취선, 추향, 계월)편

4.

명기 취선(翠仙,17세기 전후)1)의 호는 운창(雲窓)이다. 시문에 능하여 일찍이 백마강(白馬江)을 건너다가 <회고시(懷古詩)>를 지어서는 읊었다.

 

저녁 늦게 고란사2)에 배를 대고서 晩泊皐蘭寺

서풍 부는 망루에 홀로 기대 앉아 西風獨倚樓

나라 망해도 백마강 만 년 흐르고 龍亡江萬古

낙화암 꽃 져도 달은 천 년 비추네 花落月千秋

추향(秋香)은 전라남도 장성군(長城郡)의 기생이었는데, 시에 능하였고 가야금을 잘 타 이름이 났다. 그녀의 <창암정(蒼岩亭)3)에서 쓴 시>는 이렇다.

노를 저어 푸른빛 얹힌 강어귀에 이르니 移棹滄江口

잠 깬 해오라기 날아 사람을 놀래키고 驚人宿鷺飜

산 빛 붉은 것은 가을의 발자췬데 山紅秋有跡

흰 백사장엔 달 발자국 없어요 沙白月無痕

 

계월(桂月)4)은 관서(關西)5) 명기이다.

황해도 감사 이광덕(李匡德,1690∼1748)6)이 가까이 두고 사랑하였다가, 서로 이별을 할 때 시를 주었다.

눈물을 머금은 눈에 눈물을 머금은 이 보이고 含淚眼看含淚人

애간장 끊어진 이 애간장 끊어진 임을 보내네 斷腸人送斷腸人

일찍이 책 속에서는 그런 일 예사로 보았거늘 曾從卷裏尋常見

오늘 이 내 몸에 닥칠 줄이야 어찌 알았으리 今日那知到妾身

1) 호는 설죽(雪竹). 안동 권씨 집안의 여종으로 남편은 석전(石田) 정로(鄭輅,1550~1615)라고도 한다. 혹은 김철손(金哲孫)의 소실이라고도 한다.

2) 고란사(皐蘭寺)는 충청북도 부여 부소산 북쪽 백마강변에 있는 절.

3) 경상북도 안동군 풍천면에 있는 정자.

4) 이광덕의 애첩으로 시재(詩才)가 뛰어났다 한다.

5) 평안남북도와 황해도 북부 지역의 별칭.

6)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성뢰(聖賴), 호는 관양(冠陽). 진사로서 1722년(경종 2) 정시문과에 을과로 급제, 이듬해에 시강원설서로 임명되어 왕세제(王世弟:뒤의 영조)를 보도(輔導)하였고 이후 대제학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