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충은 괴로움을 알지 못한다삐쩍 마른 들 어떠랴.

2022. 1. 18. 11:18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요충부지고(蓼蟲不知苦, 요충은 괴로움을 알지 못한다)’란 말이 있다. ‘요충’은 여뀌 풀잎을 갉아먹는 벌레인데 오늘날 말로는 '융통성 없는 자' 쯤으로 해석된다. 한(漢) 나라 동방삭(東方朔)이 지은 <칠간(七諫)>의 ‘원세(怨世)’ 편 주(注)에 “요충은 쓰고 맛없는 것만 먹으며 아욱처럼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한 채 결국 삐쩍 마른다.”라 하였다.

 

문헌을 찾아보면 흔히 이 요충을 ‘융통성이 없이 고집을 부리다가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 곤궁하게 사는 것을 경계’하는 비유로 종종 쓰고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도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나만해도 그렇다. 글 한 편을 쓰려면 쓰디쓴 괴로움이다. 그러나 그렇게 글 한 편이 완성되면 시나브로 괴로움은 간 곳 없다. 나처럼 농사꾼은 농업에 공장이는 공업에 묵묵히 종사하고  공부하는 이는 학업의 길이 고통스럽고 매섭지만 그 길을 가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무슨 융통성이 어떠하며 부유하지 못하다는 책망을 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고 보니 ‘요충’은 오히려 ‘진득한 촌놈’ 쯤으로 보인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요, 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여 좇고 권세가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염량세태(炎凉世態)가 인심이다. 사랑조차도 물질과 환전하고 아침에 만났다 저녁에 헤어지는 것을 손바닥 뒤집듯이 여기는 세상이다.

 

 삐쩍 마른 들 어떠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촌놈’, 그 요충 같은 촌놈이 되고 싶고 그러한 촌놈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