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漢書)》를 읽다가

2019. 1. 25. 16:29글쓰기/이 세상은 사각의 정글이 아니다!

《한서(漢書)》를 읽는다. <양운전(楊惲傳)>에 이런 말이 나온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게 마치 저 한 언덕의 오소리와 같구나(古與今如一丘之貉)”

옛날이나 지금이나 귀하거나 천하거나 모든 사람이 그저 저 언덕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 오소리와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소식(蘇軾)은 이 말을 끌어 와 <과령(過嶺)>2에서 “평생에 토끼의 세 굴은 만들지 못했지만, 옛날이나 지금이 어찌 한 언덕 오소리와 다르랴(平生不作兎三窟 古今何殊貉一丘)”고 읊었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고 영리한 토끼는 몸 숨길 굴을 셋이나 만든 단다. 소식 선생은 ‘세 굴’ 운운하나 난 세 굴은커녕 한 굴조차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

‘생각 굴(思慮窟)’을 짚어 본다. '영리한 토끼가 제 아무리 세 굴을 파도 저 오소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에 생각이 미친다. 그저 이 세상, 세끼 밥 먹고 살아가는 것은 너나나나, 잘 사나 못 사나, 똑 같다. 수명이 다하면 죽는 날 죽는 게 이치이다. 가만 보면 글이라는 게 점점이 찍어놓은 파리 대가리만한 검은 먹물방울에지나지 않지만 고단한 삶에 이렇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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