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문장여화)

2018. 4. 9. 09:10학생들의 글, 리포트/학생들의 글과 리포트

만나고 헤어지고가 일상인 우리,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요? 학생의 리포트를 읽으며 생각을 해봅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문장여화)  

                                                                   12180000 윤 oo

검은색 바탕에 파란색 네모들이 열과 행을 이루며 가득 차있다. 푸른색 점이 그 네모의 안을 채우고 있다. 이 모습이 식물의 체세포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김환기 화가의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가까운 거리에서 본 모습이다. 좀 더 거리를 두고 이 그림을 보면, 이 그림 속 푸른색 네모들과 점들이 검은색 바탕과 어우러지며 묘한 느낌의 무늬를 띤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수많은 별들이 있는 밤하늘의 모습과 흡사하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에. 김광석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제목은 보이는 바와 같이 김광석 시인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 한 것이다. 난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먼저 알게 된 후 이 그림에 관심이 생겨, 시 「저녁에」를 읽었다. 김광석 시인의 시를 읽고 감명을 받은 화가가 그린 작품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라는 점에서, 순서가 바뀐 것이다. 시를 읽고 다시 그림을 보니, 그림이 좀 읽히기 시작했다. 그림을 보고 시를 본 후 다시 그림을 읽고 시를 읽는 과정을 반복하며, 점점 이 두 작품들을 읽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 속 네모들과 점들은 크기와 모양 그리고 색, 모두 제각각이다. 그 수많은 네모들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것 없다. 마치 우리들 개인의 삶처럼, 비슷하지만 다 다르다. 시를 읽으니, 고등학교 친구들이 생각났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들은 만났고, 함께 보냈으며, 각자의 꿈에 의해 헤어졌다. 현재는 내가 재수 생활을 하며 이들 대부분 연락이 끊겼다. 각자의 삶에 치여, 우연히 길가다가 마주치면 짧은 인사만 하고 헤어지기 일쑤다. 고등학생 때 우리들의 인연이 마치 시 속의 별처럼 밝음 속에서 사라지는 듯하다. 이렇게 각자의 삶을 살다가 나중에 서로 만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모습의 친구들을 반길 수 있을까? 몇 십 년 후의,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을 친구들과 내 모습이 궁금했다. 다시 그림을 읽어 보았다. 그림 속 서로 다른 네모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밤하늘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마치 사회 같았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들, 그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인연을 맺고, 서로 어우러져 사회를 만든다. 각자의 색, 모양을 갖은 채 이것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빛, 무늬를 띠는 사회가 된다.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가는 점”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 만큼이나 했을까..

  김환기 화가가 자신의 점화에 대해 일기에 쓴 내용이다. 이 점화를 그릴 때 김환기 화가는 뉴욕에서 생활하는 중이었다. 외로운 타지 생활 속에서 그는 친구인 김광석의 시 ‘저녁에’를 부르곤 했다. 아마도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그리운 고향과 살면서 그를 거쳐 간, 거쳐 갈 수많은 인연들을 생각했고, 그것들을 그림으로 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3e6c8632.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200pixel, 세로 1800pixel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