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마음 - 눈치

2018. 4. 4. 14:39학생들의 글, 리포트/학생들의 글과 리포트

'한국인의 마음'을 눈치로 풀어낸 서울교대  학생 글이다. 적확하게 우리 사회의 '눈치 문화'를 지적하고 있다. 



한국인의 마음 - 눈치

2018ooo 강oo 

 ‘척하면 척’, ‘알아서’, ‘적당히’ 이런 말들이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면서 특히 직장인들에게 부담이 되는 말이다. 우리 문화에서 눈치는 많이 요구되는 편인데, 지난 수업에서 말을 모호하게 해서 발생했다던 비행기 추락사고 이야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종종 부모님께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어떻게 살래?”라는 말을 듣는 나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웬만큼 알아들었을 터라 부조종사의 말을 파악하지 못한 조종사가 당시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조종사라고 생각해보니 돌려서 말한 얘기를 급박한 상황에서 듣는다면 “어, ?” 하고 고민하다가 똑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우선 눈치는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성을 가졌다. 똑같이 매너 있는 행동도 센스가 더해질수록 돋보이는 법인데, 이때 눈치가 십분 활용된다. 상대방의 성향부터 배경, 기호, 컨디션 등등의 것들을 통해 얼마나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눈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치 있는 사람은 사랑받는 편이고, 눈치가 없는 사람은 종종 불이익을 겪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드라마에서 눈치 빠르면서 매너 있는 남주인공이 사랑받는데 만약 눈치가 없는 남주인공의 경우엔 여러 오해를 사면서 처음에 고생하는 설정이 다반사다. 또 눈치를 본다는 것은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신경 쓰는 것이라는 점에서 감동적인 이야기의 구성요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편 사람들은 정확히 지시하기 귀찮을 때 종종 알아서 눈치껏 하라는 말을 한다. 그때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과 대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특정한 수칙이 없어 지시자의 의중을 파악해야 되기 때문이다. 물론 눈치가 빠른 사람에겐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지만 눈치가 느리고 우직한 사람에겐 곤란한 상황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렇듯 눈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눈치가 없으면 사회생활이 힘든 것이 비단 우리나라만은 아닐 것일 테지만도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러한 눈치는 우리를, 아니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얽어매게 되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엄격한 신분제도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은데, 똑같이 신분제도가 있었던 서양과 우리가 또 다른 이유는 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하는 풍조가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일단 원인은 차치하고 눈치 보기의 문제점을 짚어보자면 다른 사람들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의견은 보류하고 남들의 반응을 기다렸다가 동조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주관은 약해지고 남들의 의견을 우선시하다 보니 주위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는데, 흔히 말하는 ‘냄비근성’도 이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자신의 주관이 약하다는 것은 매사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할 용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로 ‘눈치 보는 한국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매너 있는 행동 또한 진심에서 나온 행동이라기보다는 애당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나온 겉치레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이에 예의만 따지고 실상은 빈약한 한국인의 사무적인 모습이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격식 없는 모습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눈치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인의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우리는 항상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남들보다 앞서기도, 뒤처지기도 싫어한다. 그래서 늘 평범함을 추구하는데, 창의성을 요구하는 세계에서 이제는 눈치 그만보고 자신만의 빛깔을 뽐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물론 눈치 보는 지금의 나에게는 모순적인 이야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