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물태 - 그림자를 돌보는 삶

2015. 6. 10. 12:45학생들의 글, 리포트/학생들의 글과 리포트

내 그림자를 찾는 글입니다.

 

 

인정물태 - 그림자를 돌보는 삶

 

20150000 사회과교육과 조00

 

‘알 필요도 있고 쓸 필요도 있는’ 인정물태를 고민하며 저는 재미있는 동화 한 편을 떠올렸습니다. 누구나 책으로,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한 번쯤 접해봤을 이야기인 ‘피터팬’. 피터팬 이야기에서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피터팬이 웬디의 집에 들어왔을 때, 그는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가 잃어버린 것은 보석도 금은보화도 아닌 바로 그림자였습니다. 그림자를 잃어버리고 당황하는 피터팬은 어떻게든 그림자를 잡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그림자를 잡아와 다시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웬디가 그림자를 바느질로 꿰매준다고 하였고, 그림자를 꿰매는 순간, 피터팬은 잃어버린 그림자를 다시 되찾아서 분열된 감정을 회복하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림자란 무엇일까요? 모두가 숨기고 싶은 어떤 것. 우리가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부분. 콤플렉스, 잊을 수 없는 상처, 트라우마. 자신의 조건, 환경에 대한 억울함과 같은 감정. 즉, 우리가 불쾌해서 억압하고 잊어버리고 싶고 숨기고 싶은 모든 것이 바로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도 참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저는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었고, 지금도 욕심이 참 많습니다. 착한 딸, 똑똑한 학생, 좋은 친구,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 빈틈이 없는 사람. 이런 수식어들로 사람들이 저를 사랑해주는 것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스스로의 기대치, 타인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겉은 점점 더 화려하고 아름다워졌습니다. 그러나 밝아지는 겉모습만큼 그림자는 짙어졌습니다. 어느 날, 문득 저는 제가 맨얼굴이 아닌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외로워졌습니다. 사람들 속에서는 웃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홀로 남은 발레리나처럼 마음 한 구석 어딘가가 항상 공허하고 허전했습니다. 결국 저는 제 그림자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죠. 그러나 저에게도 웬디는 찾아왔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들, 친구들, 소중한 사람들이 제 그림자를 찾아주고 다시 꿰매주었습니다. 가면 너머에 가려져 있던 저의 모습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습니다.

저는 그림자를 되찾으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세상, 흔히들 말하는 유토피아는 그림자가 없는 세상이 아니라 그림자와 그림자가 소통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피터팬이 혼자서 그림자를 되찾을 수 없었듯이, 우리 모두 각자 혼자서는 그림자를 되찾거나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의 그림자를 돌볼 수 있고, 당신이 나의 그림자를 걱정해줄 수는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 주변에도 어쩌면 그림자를 잃고 방황하며 자신만의 웬디가 찾아오기를 꿈꾸는 피터팬들이 우리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그 피터팬에게 다가가서 그림자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꿰매줄 수 있는 웬디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를 돌보아주고 걱정해줄 수 있는 세상, 지금부터 우리 같이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