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질문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2015. 5. 10. 13:05학생들의 글, 리포트/학생들의 글과 리포트

'생각하기'에 대한 학생의 글입니다. 우리의 교육에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나는 질문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2015 박00

 

 다음은 어린이 어깨동무1)라는 북한 어린이 지원단체에서 실시한 이벤트의 일부입니다.

 

 

 아이들에게 ‘통일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통일이란 XX이다‘ 라는 형태로 정의를 내리게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무 보상과 특별한 정보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이 활동을 하게 했을 때는 ‘통일은 양파이다.’, ‘통일은 고양이이다.’ 와 같은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왔습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무리의 아이들에게는 이 이벤트에 1등, 2등, 3등 마다 각각의 상금을 걸고, 이 이벤트가 ‘어린이 어깨동무’라는 북한 지원단체에서 주최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통일은 남한과 북한이 같은 축구 팀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다.’ 와 같은 대답이 대거 쏟아져 나왔습니다.

 

 ‘통일은 남한과 북한이 같은 축구 팀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다.’ 와 같은 대답에서도 언외지의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약 없는 생각을 펼치게 했을 때 아이들이 자유로운 생각을 펼친 반면, 상금과 ‘북한 지원단체’라는 제약을 걸자 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정답’을 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창의적인 생각들은 꼭꼭 넣어두고 말입니다.

 

 짧은 설문조사였지만, 이 안에 ‘모범 답안’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가 보였습니다. 수능을 보기 위해 우리는 소설의 주제, 시의 표현 기법을 외우고 주입식 교육을 받습니다. 면접 시험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정치, 사회, 교육에 대해 토론해보기 보다는 면접 가이드북을 사서 모범답안을 외웁니다.

 

 그리고 이런 획일적 교육의 성공자들이 바로 교육 대학교, 사범 대학교에 진학해 미래에 교사가 됩니다. 주입식 교육, 문제집 풀기가 편하고, 토론을 시키면 오히려 어색해하는 예비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시키면 그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가끔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저번 시간에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문학 문제에도 정답이 있는’ 사회에 무엇을 기대하랴마는, 이제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임을 인식하고, 앞으로 고쳐나가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보이는 것이 모두 진짜는 아니다.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사물이 달라보일 수 있다.

정답을 알고 있다고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학습이 가장 큰 착각의 요소다.2)

 

 전쟁기념관을 왜 전쟁기념관이라고 부릅니까? 전쟁이 ‘기념3)’할 종류의 것입니까? ‘기념’의 뜻을 그리 잘 알면서, 왜 질문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사회에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에 딴지를 걸어 보고, ‘왜?’,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가?’ 등의 질문을 아이들이 더욱 편안하게 던질 수 있는 교육 현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또한 ’1+1 이 왜 2입니까?’ 라는 질문을 아이가 던졌을 때, ‘몰라, 그런 건 외우기나 해.’ 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수업을 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학습이 가장 큰 착각의 요소가 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주입식 교육에서 성공을 거둔 학생들이라고 해도, 미래 아이들의 더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자기 발전에 힘쓰는 서울 교육 대학교 학생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어린이 어깨동무라는 NGO는 북한 어린이 지원단체로, 후원, 남북어린이 교류, 평화교육, 기부 등 북한 지원 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협력적 지위 NGO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출처: EBS지식채널e-눈의 착각

3) 뜻 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함. '6.25를/임진왜란을/살인사건을' 등과 같은 목적어에 대한 서술어로 '기념하다'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출처: 우리말 바로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