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기이한 만남은 전생의 인연이 분명하고 사나운 아내는 생에게 투기를 감히 하지 못하다(1)

2015. 4. 17. 12:16간 선생의 야담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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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야담카페 제3화 - 경인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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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15.4.16 목 22:14

 

문학과책종합
간호윤의 야담카페 제3화
간호윤  |  문학박사
승인 2015.04.13  20:01:06

3화.

기이한 만남은 전생의 인연이 분명하고 사나운 아내는 생에게 투기를 감히 하지 못하다(1)

안동 권 진사(權進士) 아무개는 집안이 꽤 풍요로웠다. 성품은 엄숙하고 굳세며 바르고 점잖아 집안 다스리는데 법도가 있었다. 일찍이 권생이란 자식을 두어 며느리를 맞아들였는데 그 성질이 극히 사납고 질투심이 강하여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오직 시아버지만이 엄숙함으로 감히 기를 펴지 못하게 하였다.
권 진사는 가정의 대소사를 꾸려감에 만일 큰 일이 있으면 반드시 자리를 대청마루에 펴놓고 앉아서는 엄정히 위의를 펼치고 몹시 엄하게 다루었다. 설령 목숨이 끊어짐에 이르지는 않을지라도 유혈이 땅에 낭자한 것을 본 후에야 그치고야마는 지나친 버릇이었다. 이로 인하여 만일 대청에 자리를 펴는 것을 보기만 하면 일가 사람들이 모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하며 반드시 송장치울 준비를 해야 했다.
그 아들 권생의 처가가 이웃 고을에 있었다. 하루는 아들이 장인을 뵙기 위하여 처가에 갔다가 다음날 집으로 돌아올 때였다. 길에서 큰 비를 만난 권생은 주막집으로 피하여 들어갔다.
한 소년 과객이 대청에 앉아있고 마구간에는 대여섯 마리의 준마가 있으며 남녀 종 또한 많았다. 한눈에 부인을 데리고 가는 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소년이 권생을 보고 수인사를 마친 뒤에 술과 안주를 권하니 그 은근한 정이 안색에 그득 넘쳤다. 권생이 속으로 혼잣말하기를 ‘나와 같이 초면인 자에게 이토록 친절하게 하다니. 거 참 이상한걸.’하고는 인하여 서로 간 그 성씨와 주소를 물었다. 권생은 사실대로 말하였으나 그 소년 과객은 다만 성씨만 말할 뿐 주소는 알려주지 않으며 말했다.
“나는 부평초처럼 떠도는 자취 없는 사람입니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비를 피하여 이 주막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우연히 영형(令兄:남의 형을 높여 이르는 말)과 같은 준수한 선비를 만났으니 공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얻기 어려우니 우리 밤새도록 기쁘게 취하고 싶습니다.”
그러고는 이어 술을 내와 은근히 권하였다. 이렇게 주고받기를 여러 잔하다가 권생이 술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취하여 쓰러져 깊은 잠이 들었다.
이윽고 밤이 깊은 후에 권생이 비로소 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함께 술을 마시던 소년 과객은 보이지 않고 자기는 불이 켜진 안방에 누웠는데 옆에는 한 소복한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권생은 깜짝 놀라 일어나 눈을 비비고는 그 여인을 보았다. 여인의 나이는 꽃다운 열여덟 아홉 가량쯤 되었다. 몸가짐이 극히 단정하고 아름다워 한번 봄에도 예사로운 촌가의 천한 부녀자가 아닌 것이 반드시 서울 재상가의 여자임이 분명하였다.
권생이 다시 놀라워하며 그 여자에게 물었다.
“이곳은 어디며, 내가 왜 이곳에 누워 있는 게요? 또 그대는 뉘 집의 아녀자인데 이곳에 있지요?”
그러니 그 여자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살짝 돌아앉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권생이 두세 번 물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렇게 꽤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부드러운 음성으로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였다.
“첩은 본래 서울에서 대대로 벼슬한 집안의 여자입니다. 열넷에 시집을 갔는데, 운수가 기박하여 열다섯에 지아비를 잃었지요. 아버님께서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오라버니가 집안을 이끈답니다. 저는 친정으로 돌아가 절개를 지키려하였으나.---오라버니께선 ‘사람은 다 남녀 간의 정이 있는 것이거늘, 청상과부로 절개만 지키는 것은 오히려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이라 하였지요. 그러고는 풍습을 따르지 않고 장차 저를 상당한 가문에 다시 시집보내려 하였습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집안 어른들의 비난이 크게 일어났지요. 이것은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고 욕되게 하는 것이라 하고 오라버니를 매우 꾸짖었습니다. 오라버니는 부득이 제 혼인 논의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러고는 몰래 가마와 말을 갖추어 저를 태우고 문을 나섰지요. 그렇게 정처 없이 이리저리 다니다가 이곳까지 온 것이에요. 오라버니는 돌아다니다가 만일 도중에 뜻이 맞는 사내가 있으면 저를 맡겨 집안 어른들의 꾸지람을 피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다 어제 우연이 당신을 뜻밖에 만나게 된 것입니다. 오라버니는 당신의 풍채와 태도가 비범한 것을 보고 술에 취하게 한 후에 사람을 시켜 업어다 이곳에 눕혔지요. 그러고 저에게 ‘내 보기에 이만한 인물이면 네 평생을 의탁해도 될 것이다’하고는 가버리셨답니다. 저 또한 당신의 몸가짐을 보건대 흠모하는 마음이 생겨 이렇게 된 것입니다.”
그러고는 곁에 있는 한 상자를 가리키며 “이 속에 오륙백 은자가 있으니 이것으로써 그대의 의복을 마련하는 비용으로 삼으세요.”라고 하였다.
권생이 매우 놀랍고 기이하여 밖에 나와 보니, 그 소년 과객과 여러 사람들이며 말도 모두 간 곳 없이 사라졌다. 다만 어린 계집종 두 사람만을 남겨 놓았을 뿐이었다. 권생이 계집종에게 ‘주인이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으나 ‘모른다’는 답변만 할 뿐이었다.
엉거주춤 밤하늘을 한동안 올려 보던 권생은 할 수 없이 다시 방안으로 들어갔다. 권생은 일이 난감하게 된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붉은 등불 밑에서 그 여자를 찬찬히 살펴보니 그 꽃다운 얼굴과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을 억제키 어려웠다.
드디어는 그 여자의 손을 이끌어 뜨거운 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필자가 2008년도에 푸른역사에서 출간한 『기인기사』 이다. 이 책은 『기인기사』하에서 26화를 뽑아 풀어 엮은 책이다.(지금 필자가 연재하는 야담은 『기인기사』상이다.) ‘기이한 사람, 기이한 일’이라하지만 보통사람으로서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또한 ‘기인한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