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간 항아리

2009. 2. 25. 14:29글쓰기/이 세상은 사각의 정글이 아니다!

금이 간 항아리

 

장리라는 노인이 있었다. 큰 아들 이름은 도(盜:도둑놈 도)요, 작은 아들 이름은 구(毆:때릴 구)였다. 도가 외출했는데 아버지가 뒤에서 쫓아가며 “도야! 도야!” 불렀다. 마침 곁에 있던 관리가 이를 듣고는 도를 붙잡아서 결박을 지웠다. 이를 본 아버지가 당황하여 작은 아들 구를 불러서 관리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려했는데 너무 급한 나머지 다만 구! 구!할 뿐이었다. 관리가 이를 듣고는 작은 아들을 때려서 죽여 버렸다.

 

<윤문자(尹文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도(盜:도둑놈 도)와 구(毆:때릴 구)는 이름인데. 관리가 이를 ‘도둑놈’과 ‘때려라’로 이해한 것입니다. 언어의 다의성(多義性)을 이해 못한 우언입니다.

 

전철역에 좋은 글이 있더군요.

한 번 읽어 보시지요.

제목은<금이 간 항아리>입니다.

 

금이 간 항아리 이야기가 있다.

한 사람이 물지게에 두 개의 항아리를 매고 물을 날랐다.

한 쪽 항아리는 온전했지만 다른 항아리에는 금이 가 있었다.

그렇기에 물을 길어 집에 오면 온전한 항아리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고

금이 간 항아리에는 물이 반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주인님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든 금이 간 항아리는

“주인님, 저를 버리시고 새로 항아리를 사서 사용하세요. 죄송해요…, 저는 금이 갔어요.”

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다.

"얘야, 나도 네가 금이 가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단다.

하지만 나는 너를 버리지 않을 것이란다.

우리가 물을 나르기 위해 지나온 길을 한번 보렴.

금이 안간 항아리가 지난 오른 쪽 길은 아무런 식물도 자라지 못한 황무지가 되었지?

그렇지만 네가 지나온 왼쪽 길은 어떠니?

네가 금이 갔기에 물을 흘려버린 그 자리위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고

풀이 자라고 있지?

금이 간 네 모습 때문에 다른 생명이 자라고 있지?

이런 너를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니?"

 

‘금이 간 항아리’. 모두들 당연히 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 의미가 저렇게 다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지요. 주변을 둘러보면 ‘금이 간 항아리’와 같은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들을 우리는 3류라 하지요. 몹쓸 말이지요. 좋은 항아리가 하지 못한 아름다운 꽃을 피우잖습니까. 그래, 이 팍팍한 세상, 저러한 사람 덕으로 이만큼이라도 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