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산과 석산

2009. 2. 12. 18:32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토산과 석산

가끔씩 산에 오를 때가 있다.

산에는 토산이 있고 석산이 있는데 토산土山은 흙이 켜켜이 쌓여 이루어진 산이고 석산石山은 보기 좋은 큰 암석들이 빚어 놓은 산이다. 그래서 토산보다는 석산을 오르는 것이 훨씬 등산하는 데는 제격이다. 석산을 이룬 바위의 불끈불끈 솟은 암괴巖塊와 그 괴량감塊量感이 제법 고답적인 멋을 풍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 뜯어보면 우리네 삶에는 토산이 훨씬 좋다.

빼어난 볼거리가 없는 그저 흙으로 켜켜이 쌓아 놓은 산이요, 생김생김이 덤덤하니 밋밋하고 시큰둥하여 꼭 머슴방 윗목에 뭉기적 앉아 짚서리나 엮는 시골 머슴상이지만,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를 감싸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토산은 넉넉히 사람을 품에 안고 살지만 석산은 사람들의 근접을 허락하지 않고는 오르면 곧 내려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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