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강 혹은 남원

2009. 2. 5. 11:58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절강, 남원

 

경제사정이 나쁘다 보니 가정불화가 잦고 이혼 또한 급증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래 <최척전>이란 우리 고소설 한 편을 소개하려한다.

<최척전>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병란 등, 전쟁으로 피폐한 조선의 중심부를 꿰뚫는 한문소설이다. 최척과 옥영은 28년 간 두 아들을 낳고 두 번의 헤어짐과 만남을 겪는 우여곡절 끝에 행복하게 산다. 이 부부의 삶 속에 전쟁, 죽음, 피난, 이역만리의 삶 따위가 짙게 그려져 있다.

아래는 최척과 옥영이 주고받는 시이다.

 

왕자진이 피리를 부니 달도 와선 들으려 하는데,

푸른 하늘엔 바다 이슬처럼 냉기 돌아 쓸쓸하네.

때마침 풀쩍 나는 청란을 함께 타고 날아올랐지만,

봉도 가는 길은 안개 놀이 가득하여 찾을 수 없네.

 

왕자진(王子晉)은 중국 주(周)나라 영(靈)왕의 태자로 생황을 잘 불고 봉황(鳳凰)의 소리 내는 것을 좋아하다 백학을 타고 신선이 되어간 이요, 청란(靑鸞)은 공작을 닮았다는 새고, 봉도(蓬島)는 중국 전설에서 나타나는 가상적인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이다. 이 봉도는 동쪽 바다의 가운데에 있으며 신선이 살고 불로초와 불사약이 있다고 한다.

옥영의 “봉도 가는 길 안개놀이 가득하여 찾을 수 없네(蓬島烟霞路不迷).”라는 시구처럼 행복은 늘 저 멀리 안개 속에 있다.

그러나 옥영은 끊임없이 봉도라는 행복을 찾으려 했고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소설 같은 삶이라 내칠 이야기는 아니다. 이 <최척전>은 사실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지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자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나나, 우리 모두 역시 저러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은 절강인가요? 아니면 남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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