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파람[雄風], 암파람[雌風]

2009. 2. 7. 14:45글쓰기/이 세상은 사각의 정글이 아니다!

수파람[雄風], 암파람[雌風]

 

“정치언어는 거짓을 참말처럼, 살인도 훌륭한 일로, 허공의 바람조차 고체처럼 보이게끔 고안된 것이다.”

Political language is designed to make lies sound truthful and murder respectable, and to give an appearance of solidity to pure wind.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1903 ~ 1950)가 <정치와 영어 (Politics and English Language)>라는 글에서 한 말이다. 마치 작금의 한국정치판 언어 상황을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거짓을 참으로, 잘못을 훌륭한 일처럼 날조하고 있음을 현실처럼.

 

“파렴치한 행동을 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엄벌”

“경제고려, 8.15 특별사면”

 

전자는 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요, 후자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범법행위를 저지른 경제인들을 사면한다는 신문기사 내용입니다. 당대표에 대통령까지 우리가 세칭 일류라 부르는 이들 중에서도 ‘초(超)’라는 접두사를 두엇 붙여도 될 말입니다.

분명 모순이로되, 대한민국의 국심(國心)에서 한 일입니다.

참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습니다.

 

‘수파람[雄風]이 잘 불어야 암파람[雌風]도 시원한 법입니다.’ ‘수파람’은 임금을 ‘암파람’은 백성의 은유입니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수그러진다.[草上之風必偃]’라는 말이 있습니다.『논어』에 출전이 보이는 문장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비유컨대 백성은 윗사람의 지도에 따른다는 뜻이다.

허나 온 백성이 분명 부도덕하다고 보는 자인데도, 이 경제를 살린다하니-. 저 모양대로 믿을라치면 ‘경제인의 필요충분 조건이 부도덕인가?’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허나 대한인으로 살다보니, 경제를 앞세운 부도덕의 대침공을 ‘허참!’ 한 마디로 끝냅니다.

어느 때, 어느 사회, 어느 나라인들, 불편부당은 늘 있었습니다. 사실 배내옷 입을 때부터 우리는 공평하지 않습니다. 머리에, 덤으로 가문까지 신탁(神託)한 사람이 있지만, 이범선 선생의 <오발탄>보다 더한 인생도 꽤나 많습니다. 절대자(絶對者)라 불리는 분, 하나님의 사격 솜씨는 그리 믿을 것이 못됩니다. 그러니 ‘법 앞에 누구는 공평치 않다’는 것도 탓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 선생인 나는 오늘 아침 이런 생각을 가만히 해봅니다.

‘부도덕, 부조리를 바꿀 수는 없단 말이야. 학생들에게 시나브로 사라지는 도덕, 양심, 정의나 잘 갈무리해 두라고 말해야지. 저이들에게 뺏길지도 모르잖아.’

 

‘수파람[雄風]이 잘 불어야 암파람[雌風]도 시원한 법입니다.’: 송옥(宋玉)의 풍부(風賦)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내용은 “초왕(楚王)이 대(臺)에 올라서 놀다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초왕이 ‘아, 바람이 시원하다.’ 하니, 송옥이 말하기를, ‘이것은 대왕의 수바람[雄風]이요, 서민(庶民)의 암바람[雌風]은 시원하지 못합니다.’ 하고, 수파람에 관하여 진술하니, 초왕이 ‘말을 잘 하는구나. 다시 서민의 바람을 진술하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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