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리와 삼류대학 2.

2009. 2. 4. 11:38글쓰기/이 세상은 사각의 정글이 아니다!

이러하여 도대체 지지리가 붙은 저 삼류가 무엇인지 찾아보겠다.

 

지지리와 삼류대학 2.

 

‘삼류(三流)’라는 말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우선 ‘일류(一流)’, ‘이류(二流)’부터 살펴보자.

‘일류’는 최상급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을 문헌에서 꽤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류’는 이덕무의 『청장관전서』 제11권 「 아정유고」 3, ‘이유안재(李遺安齋) 보천(輔天)에게 드리는 만사’ 정도의 예이다.

“고상한 그 인품이 어찌 이류에 속하랴(品藻寧居第二流)”라는 시의 내용으로 보아 일류보다는 못한 등급으로 이류라는 말을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삼류’는 문헌을 뒤져도 <왕조실록>에 단 한차례 보일뿐이다. 그나마 귀양 보내는 거리의 등급이다. ‘삼류(三流)’는 2천 리·2천 5백 리·3천 리로 세 등급의 유형(流刑)을 말한다.(성종실록 14년 계묘에 보인다.) 종합하자면 조선시대에는 ‘삼류’라는 말 자체가 없었고, 일류와 일류보다 못한 ‘이류’라는 용어정도만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다만, 3류와 유사한 의미망으로 ‘하사(下士)’를 들 수 있다. 물론 이마저도 오늘날 3류와는 영 다르지만.

연암 선생께서는 스스로를 ‘하사(下士)’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이 ‘하사(下士)’의 연원은『주례(周禮)』에 보인다. 『주례(周禮)』에는 ‘상대부(上大夫)·중대부(中大夫)·하대부(下大夫)·상사(上士)·중사(中士)·하사(下士)로 모두 여섯 등(等)이 있다고 하였다. 이것을 조선으로 끌어다 바꾸자면, 1품이 상대부, 2품이 중대부, 3품이 하대부, 4품이 상사가, 5, 6품이 중사가 되고, 7, 8, 9품은 하사가 된다. 각 ‘품’은 지금의 ‘급’으로 환산하면 무난할 듯하다.

또 허균의 『한정록』 제6권, 「아치(雅致)」에 보면 “옛사람의 말에 ‘상사(上士)는 마음을 닫고[閉心], 중사(中士)는 입을 닫고[閉口], 하사(下士)는 문을 닫는다.[閉門]’하였다. 나의 품격으로는 중등이나 하등을 본받는다면 큰 탈을 면할 수 있으리라.”라는 기록이 보인다. 선비의 차등을 나타내지만, 실상 많은 이들이 하사를 자처한 것으로 보아 겸양(謙讓)의 표현이다. 허균 자신도 ‘중사’나 ‘하사’에 만족한다는 의미이다.

‘3류’라는 말,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의미는 근대에 들어와서다.

사전부터 살펴보자.

[조선말 대사전] (1992년)

삼류: (사물을 몇 부류로 가를 때에) 일류나 이류에 속하지 못하는 셋째 부류 곧 뛰여난 것이 못되는 평범한 부류. ∥ ~작가. 三流

[증보판 새우리말 큰사전](1974년)

삼류三流: (사물을 몇 부류로 나눌 때) 일류나 이류에 미치지 못하는 셋째부류. 곧 뛰어나지 못하고 평범하거나 가장 낮은 층.

[조선말 대사전] 사회과학출판사 간행은 북쪽, [증보판 새우리말 큰사전]은 남쪽의 것이다. 내용이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다. ‘평범하다’는 의미이지, ‘지지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만한 용어는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래 사전들의 예문이다. 삼류 소설가, 삼류 영화, 삼류 극장, 삼류 소설, 즉 ‘삼류’란 근대적 문화 산물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표준 국어 대사전]

삼류三流: 어떠한 부류에 있어서 정도나 수준이 낮은 층(層). ¶{삼류} 소설가/{삼류} 영화/{삼류} 호텔/그들은 함께 저녁을 먹고 변두리 {삼류}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다.

[금성 국어 대사전]

삼류三流-뉴「명」어떠한 부류에 있어서 가장 못한 층. ∥~ 극장/~ 소설.

그렇다면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일본이다. 우리나라의 근대와 함께 한 일제치하에서 이 ‘3류’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가능성이다. 그 단초를 얻기 위해 일어사전을 찾아보니 이렇다.

[일어사전]

삼류(三流): (이류에도 못 미치는) 낮은 등급. さんりゅう会社がいしゃ 삼류 회사, さんりゅうの歌手かしゅ 삼류 가수.

삼류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일제치하 <매일신보>에서 찾을 수 있다.

<매일신보>(1930년 12월 17일자)를 보면 ‘이삼류상점 부도방지와 고리임금업자 활약’이란 기사가 보인다. 당시에 ‘2류, 3류 상점’이란 용어를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삼류라는 용어는 물질문명과 관련된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이쯤해서 ‘삼류’에 대한 정리를 해보자.

삼류(三流):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용어이다. 주로 근대문물에 뒤쳐진 등급을 나타냈는데 시대가 흐르면서 점차 사람에게까지 사용된 단어이다. 지금은 주로 ‘삼류 대학’으로 많이 쓰인다.

‘삼류’는 태생부터도 그러하지만 썩 좋은 용어가 못 된다.

생각해보니, 바바리 여인의 예리한 콧날이 동그란 얼굴과 영 딴판이다. 나비눈깨나 뜨면 여러 남정네 심사가 뒤숭숭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