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怪物을 取하리라

2008. 12. 15. 11:13중앙대/실용한문

차라리 怪物을 取하리라 / 申采浩

 

1

한 사람이 떡장사로 得利하였다면 온 동리에 떡방아 소리가 나고, 東便 집이 술 팔다가 失敗하면 西便 집의 老軀도 용수를 떼어 들이어, 進할 때에 같이 와 ─ 하다가 退할 때에 같이 우르르 하는 社會가 어느 사회냐. 매우 猖披하지만 우리 朝鮮의 사회라고 自認할 수밖에 없다.

三國 中葉부터 高麗 末日까지 念佛과 木鐸이 勢가 나, 帝王이나 平民은 勿論하고 남은 사람에게 勸하며, 朝는 孫에게 권하여 南無阿彌陀佛한 소리로 八百 年을 보내지 안하였느냐.

 

李朝 以來로 儒敎를 尊尙하매, 書籍은 四書五經이나 그렇지 않으면 사서오경을 되풀이한 것뿐이며, 學術은 心性·理氣의 講論뿐이 아니었더냐.

이같이 單調로 進行되는 사회가 어디 있느냐.

예수교를 믿어야 하겠다 하면, 삼두락 밖에 못 되는 토지를 톡톡 팔아 敎堂에 바치며, 政治 運動을 한다 할 때에는 理髮士가 理髮館을 뜯어 가지고 덤비나니, 이같이 雷同附和하기를 즐기는 사회가 어디 있느냐.

(中略)

어떤 禪師가 命終할 때 弟子를 불러 가로되,

"누워 죽은 사람은 있지만 앉아 죽은 사람도 있느냐?"

"있습니다."

"앉아 죽은 사람은 있지만 서서 죽은 사람도 있느냐?"

"있습니다."

"바로 서서 죽은 사람은 있으려니와 거꾸로 서서 죽은 사람도 있느냐?"

"없습니다. 인류가 생긴 지가 몇 萬 年인지 모르지만 거꾸로 서서 죽은 사람이 있단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 선사가 이에 머리를 땅에 박고 거꾸로 서서 죽으니라.

이는 죽을 때까지도 남이 하는 노릇을 안 하는 怪物이라, 괴물은 괴물이 될지언정 奴隸는 아니 된다.

하도 雷同附和를 좋아하는 社會니 괴물이라도 보았으면 하노라.

(下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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