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가 심하다지만 미인 앞에서야 어쩌겠어요

2008. 12. 15. 11:12중앙대/실용한문

 

질투가 심하다지만 미인 앞에서야 어쩌겠어요

相國 趙泰億(1675~1728)의 호는 謙齋이고, 肅宗 때 사람이다. 그 부인 심씨는 본디 성품이 嫉妬가 너무나 심하여 태억이 두려워하기를 범처럼 여겨 감히 바람을 피우지 못하였다.

그 사촌 형 泰耈(1660~1723)가 平安監司로 在職할 때 일이다.

태억이 承旨로서 명을 받들고 마침 關西地方에 갔다가 평양에 들어가 營中에서 여러 날을 머물 때, 비로소 한 妓生에게 한눈을 팔았다.

심씨가 그 事緣을 듣고는 즉시 길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그 오라비와 함께 곧장 關西로 가 그 妓女를 단매에 쳐 죽이려는 것이었다.

태억이 이를 듣고는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 기녀에게 급히 몸을 피하라고 하니 기녀가 말했다.

“소첩이 피신하지 아니할 지라도 살아날 길이 있사오나, 다만 집이 가난하여 돈을 變通하기 어려워 그게 안타까울 뿐이네요.”

“무슨 좋은 꾀라도 있는 게냐.”

“珍珠와 翡翠로 몸을 꾸미고자 하오나 돈이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네가 만일 목숨을 구할 길만 있다면 비록 千金이라도 내가 마련하여 주마.”

그리고는 즉시 드는 비용에 맞게 돈을 마련해주었다.

감사는 특별히 中和와 黃州 사이에 비장을 보내 심씨 일행을 기다려 인사를 여쭙게 하였다. 그리고 또한 廚傳을 갖추어 보내서는 잘 待接하도록 일러 보냈다.

심씨가 황주에 이르자 비장이 問安을 드리고 음식을 잘 차려서 내오니 심씨가 차갑게 웃었다.

“政丞이나 임금의 命令을 받든 使臣 行次도 아닌 이상에, 어찌 비장이 문안을 하는 게요. 또 나에게는 旅費도 넉넉하니 이런 것을 받을 필요가 없소.”

그렇게 말하고는 모두 물러가게 하였다.

中和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심씨가 松栽院을 지나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갈 때, 시절은 늦봄인 陰曆 3월이었다. 십리에 걸친 긴 나무숲에 몸 기운이 바야흐로 짙고 계곡마다 맑은 물이 흐르니 自然의 景致가 아름답고 고와 심씨가 타고 있는 가마의 발을 걷어 올리고 이를 즐기면서 긴 숲 속을 지나쳐갔다.

숲이 다하여 바라보니, 이제는 하얀 모래가 흡사 明紬요, 맑은 강은 거울과 같았다. 흰나비는 강기슭에서 노닐었고 장사치 배가 강가에 줄을 지어 정박해있으며, 練光亭과 大同門, 乙密臺의 누각은 丹靑이 환히 빛나고 家屋과 建物은 아득히 멀어 사람의 눈길을 빼앗았다.

이 情景을 본 심씨가 탄식하였다.

“錦繡江山이란 말이 과연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닐세. 마땅히 ‘전해질만한 까닭이 있어 전해진다.’ 하더니 정말이네.”

이렇게 걸어가면서 경치를 즐길 때였다.

저 멀리 모래톱 위에 홀연히 한 점 꽃이 아스라이 보이더니 점점 가까이 왔다. 한 아리따운 여인이 연두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고 한 필의 駿馬를 타고 비단 채찍을 가볍게 들고 白沙場을 가로질러 오는 것이었다.

심씨는 속으로 심히 기이하여 가마를 멈추게 하고는 바라보고 있는데, 미인이 부인의 앞에 와서는 말에서 내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개 기생이 문안드리옵니다.”

심씨가 그 이름을 듣자 忽然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길이 삼 천 길이나 솟구쳤다. 그래 큰 소리로 성내어 꾸짖었다.

“네가 아무개 기생이냐. 그래 무슨 까닭으로 와서 아뢰는 것이냐?”

기녀가 容貌를 端整히 하고 옷깃을 여미고 말 앞에 恭遜하게 서니, 얼굴은 이슬을 품은 복사꽃과 같고, 허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가는 버들이었으며, 비단 옷과 진주와 취옥으로 위아래를 꾸몄는데, 실로 나라를 흔들만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심씨가 仔細히 보며 물었다.

“네 나이가 몇이냐?”

“열여덟이옵니다.”

“네가 과연 일대 名物은 명물이로구나. 사내대장부로서 이 같은 명기를 보고 가까이 하지 아니하면 가히 拙丈夫라고 불러도 되겠다. 내가 이번에 와서 단연코 너를 죽이려고 하였더니, 이제 너를 보니 실로 명물이라. 어찌 손목을 자르겠느냐. 너는 곧 官衙로 돌아가 우리 집 영감을 잘 모셔라. 그러나 만일 영감이 너에게 지나치게 빠져 탈이라도 생길 경우에는, 그때에는 너는 마땅히 죽어야할 것이다.”

말을 마친 심씨는 관아에 들어가지도 않고 그길로 말을 돌려 서울로 되돌아갔다.

이때 평안도관찰사가 급히 사람을 시켜 전갈하였다.

“季嫂씨께서 먼 길을 떠나오셔 이미 그곳에 도착하였다가 官衙에는 들어가지도 아니하고 도중에 말을 돌리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며칠만 관아에 들어와 머물다가 돌아가십시오.”

심씨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乞駄客이 아니거늘 어찌 성에 들어가겠소.”

그리고 서울에 있는 본집으로 돌아가자 관찰사가 기녀를 불렀다.

“네가 어찌 그토록 대담하게 곧장 호랑이 입을 향하였다가는 도리어 죽음을 면한 게냐?”

기녀가 요염하니 대답했다.

“부인의 性情이 비록 질투가 심하다한들, 나와 같은 평양 명물에게야 어찌 下手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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