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만 다한다면 용꿈을 꾼단다

2008. 12. 15. 11:08중앙대/실용한문

정성만 다한다면 용꿈을 꾼단다

參判 李鎭恒(1723년~?)은 어릴 적부터 不遇한 처지에 빠져, 제 때를 만나지 못하였다.

하루는 전해 내려오는 말에 ‘龍꿈을 꾸면 반드시 科擧에 及第한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진항은 곧 반 칸의 좁은 방을 깨끗이 치웠다.

그 안에 들어가서는 집안일의 상관과 손님이 드나드는 것을 一絶 허락하지 않았다. 大小便을 보는 일 이외는 하루 종일토록 드나들지도 않았다. 아침, 저녁밥도 창문으로 들고나게 하며 밤낮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직 용뿐이었다. 용의 모습과 뿔을 생각하였으며, 용의 비늘과 어금니를 생각하였다. 심지어 용이 사는 것과 즐기는 것과 변화하는 모습까지 想像하며, 손가락으로 그림까지 그리기를 한瞬間도 쉬지 않고 하였다.

이와 같이 한 지 사흘째 되는 날, 비로소 한 꿈을 꾸게 되었다.

한 마리 커다란 黃龍이 나타났다. 진항이 황룡을 잡으려고 오른쪽 팔로 휘감으니 용의 몸이 워낙 크고 힘이 대단하였다. 그래 진항이 온 힘을 모두 쓰고서야 간신히 옭아매놓고는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진항은 크게 기뻐하였다.

이후부터는 科擧試驗의 글 題目으로 合當한 ‘龍’자가 들어간 經史子傳의 온갖 글을 훑었다. 그리고는 이를 모두 다 시나 글로 지어 갈고 닦으며 功力을 쌓아갔다.

하루는 때마침 庭試를 본다는 임금의 명령이 내렸다.

진항이 종이가게에 직접 가서 시험용 종이를 사는데, 오른손은 소매 속에 감추고 왼손으로 종이 두루마기를 들추고 살펴 最高로 좋은 品質의 종이 한 장을 고른 후에 오른손으로 뽑았다. 그리고는 또 생각하기를 ‘형제는 같은 氣를 타고 태어난 한 몸이니 아우의 시험 종이를 내가 어찌 고르지 아니하리.’ 하고 드디어 앞의 방법과 같이 왼손으로 들추고 오른손으로 꺼내어 두 장을 갖고 돌아왔다.

드디어 시험 날이 되었다.

형제가 함께 試驗場에 들어갔다.

잠깐 있으니 成均館의 官員이 임금이 친히 내린 과거의 글題를 펼쳐 걸었다.

과거 글제는 ‘草龍珠帳’이란 넉자였다.

진항이 오른손으로 붓을 잡아 과거 글의 한 체인 賦體로 썩 써내려 글을 지어서는, 兄弟가 함께 시험지 두 卷軸을 차례로 제출하였다.

얼마 뒤 試驗紙를 모두 제출한 뒤에 급제한 사람 두세 명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진항의 이름은 부르질 않아 마음이 심히 초조했는데, 잠시 뒤에 아우의 이름이 불리었다.

진항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내 비록 급제하지 못하였으나 아우가 이미 급제하였으니 한스러울 게 뭐 있어.’

그리고는 얼마 있으려니, 또 자기의 이름을 불렀다

과거 합격자 여섯 사람의 이름을 써 붙인 榜文 한 장에 형제가 나란히 卿月의 序列에 오른 것이었다.

진항이 늙어 그 자제를 대하면 늘 말했다.

“‘精誠만 다한다면 용꿈을 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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