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진론間進論

2008. 8. 4. 11:16고소설비평용어/고소설비평용어

 

진론間進論 : 조선 말엽 탕옹의 ‘패설론’에 나오는 용어이다. 탕옹은 패관의 말을 “비유하자면 마치 입을 상쾌하게 하는 음식과 창자를 기쁘게 하는 반찬을 진미珍味로 갖추어, 그 진하고 연하고 기름진 고깃덩어리와 같이 맛 나는 것을 늘 먹을 수는 없지만, 때때로 참을 먹는 것과 같다[譬之如爽口之羞 娛膓之饌 備諸珍味 味膿脆脭腴者 不可常御 而時時間進也].” (탕옹, ‘패설론’, 『옥선몽』, 김기동 편, 『필사본 고전소설전집』 3, 아세아문화사, 1977, 106쪽)라고 하였다. 즉, 탕옹은 소설을 ‘참[間進]’에 비유한 것이다(이문규, 「탕옹의 ‘패설론’고」 『고전문학과 교육』 제1집, 태학사, 1999, 383~386쪽에서 이 탕옹의 견해를 ‘진미간진론’이라 하여 고찰하였다).

이러한 미각에 의한 소설비평은 일찍이 김시습이 「제전등신화후題剪燈新話後」에서 “처음에는 헛된 소리인 듯하나, 다시 보면 뒷맛이 있고 아름다운 경지가 흡사 사탕수수처럼 달콤하네[初若無憑 後有味 佳境恰似甘蔗茹].” (김시습, 「제전등신화후」 『매월당문집』 하, 계명문화사, 1987, 189쪽)라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고문가인 연천 홍석주도 『삼한습유三韓拾遺』 비평에서 “석 달 동안 입맛을 잊었소[三月而忘味].” (김기동 편, 『필사본 고전소설전집』 1, 아세아문화사, 1980, 605쪽)라고 하였다.

김이양(金履陽 / 후일 金履永으로 개명, 1755~1845)도 “한가한 밤 소일거리로는 언역패설 보다 좋은 것이 없다. 읽는 흥미가 진진하여 마치 대단히 진귀한 음식을 한상 차려 놓아 사람의 입맛을 돋우는 것과 같다[閒宵消遺 莫良於諺譯稗說 津津若侯鯖雜俎之 動人食指如].” (김이양, 「언패설」 『김이양문집』 3, 국립도서관 소장본)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 미각을 이용한 감각비평은 소설비평 용어로서 조선시대에 꽤 이해의 기반이 넓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평미학은 우리 고소설비평영역의 확장과 소설의 긍정적인 가치구현에 적지 않은 구실을 하였다.

소설을 음식에 비유하는 비평은 중국 유종원柳宗元의 「모영전毛潁傳」 비판에 대한 반박의 글이나, 남송의 비평가인 증조曾慥의 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종원은 독서는 여러 식품을 맛보는 것처럼 매운 맛, 신 맛 등을 골고루 맛보아야 한다 하였고, 증조는 소설을 ‘맛 좋은 음식을 보충해 주는 특이한 음식’이라고 하였다(유종원에 관해서는 방정요 저, 홍상훈 역, 『중국소설비평사략』, 을유문화사, 1994, 129~130쪽을, 증조에 관해서는 방정요 저, 홍상훈 역, 위의 책, 143~145쪽을 참조).

감자여론甘蔗茹論․과라채여菓菜茹․삼월이망미三月而忘味 등도 같은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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