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통감』을 읽을 사람은 많다

2016. 10. 26. 17:34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동국통감』을 읽을 사람은 많다

2016.10.25. 17:59

http://blog.naver.com/ho771/220845236480

최순실 씨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차분하게 이런 글을 읽어갔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일개 평민인 나도 아침 신문 기사를 보고 놀랐는데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못 해 서늘했다. 얼굴에는 불콰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그러나 내용은 한없이 가벼웠다. "제 입장을 진솔","다양한 사람들의 의견",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 "순수한 마음",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 등은 한 나라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담화가 아니었다. 마치 마을회관에서 벌어진 오지랖 넓고 인정 많은 한 아주머니의 해프닝을 듣는 듯했다.
더욱이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라는 문구는 아예 아연실색케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그 순간부터 가동되는 ‘경호’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大統領職引受委員會)’ 등 ----그 많은 국가법치체계를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 나라 대한민국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나라인가?

요즈음 성남시민대학에서 ‘아! 18세기, 나는 조선인이다’라 주제로 역사 강의를 하고 있다.
    
“『동국통감』을 읽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을사사화 주모자였던 이기(李芑,1476∼1552)의 말이다. 윤원형과 함께 을사사화의 원흉(元兇)이었던 이기에게 한 지인이 후세 역사가들이 두렵지 않느냐고 하자 한 말이다. 『동국통감』은 우리나라 역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역사를 읽지 않기에 한 말이었지만 이기의 저 말은 역사책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남아있다. 등골이 서늘한 저 말을 박 대통령은 곰곰 새겨들어야 한다.
후세의 역사가들이 ‘2016년 10월, 최순실 모녀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우 수석’을 어떻게 기록할까?  『동국통감』 읽을 사람은 참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향기로운 이름은 백 년을 가지만[流芳百世]  더러운 이름은 만 년을 간다.[遺臭萬年] "라는 말은 덤으로.
추신: 2016년 10월 26일 아침 신문 기사는 더욱 놀랍다.
"최순실 파일엔 남북 군 접촉 기밀도 있었다."
이쯤되면 한 나라의 대통령 행동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이웃 여인 최순실에게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옳다. 대통령을 보좌하지 못한 청와대 참모진도 모두 잘못이다. 하야가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