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뭐 그렇게 정치에 관심이 많나?

2016. 11. 4. 14:16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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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렇게 정치에 관심이 많나? 그렇다고 세상이 바뀌나.”
엊그제 지인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즈음 내가 정치적인 발언(?)을 많이(?) 해서 그런가 보다.
이익(李瀷,1681(숙종 7)1763(영조 39) 선생의 곽우록(藿憂錄)이라는 책이 있다. 곽식자가 육식자에게 쓴 책이다. ‘콩 곽()’은 백성이요, ‘근심 우()’는 걱정이니 책 제목은 백성의 걱정이라는 뜻이다. 곽식자는 콩잎을 먹고사는 백성으로 '육식자'인 고기반찬을 먹고 사는 관리에 빗댄 말이다.
 
이익이 곽우록(藿憂錄)을 쓴 취지는 간뇌도지(肝腦塗地)’ 넉 자로 정의되니 이렇다.
 
육식자(肉食者:고기를 먹는 관리)가 묘당(廟堂:의정부로 지금은 정부)에서 하루아침이라도 계획을 잘못하면 곽식자(藿食者:콩을 먹는 백성)의 간()과 뇌()가 들판에 흩어지는 일이 어찌 없겠습니까?”
 
조조(祖朝)라는 백성이 진 헌공(晉獻公)에게 글을 올려 나라 다스리는 계책을 듣기를 요청하자, 헌공이 고기 먹는 자가 이미 다 염려하고 있는데, 콩잎 먹는 자가 정사에 참견할 것이 뭐 있느냐.[肉食者謀之 藿食者何有]”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그렇다면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진 헌공은 조조를 스승으로 삼는다.(설원선설)
이익 선생은 관리가 잘못하면 간()과 뇌수(腦髓)가 들판에 흩어져 죽는 것은 백성이라며 그러니 목숨이 달린 일에 어떻게 간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선생은 백성들의 간과 뇌수가 들판에 흩어져 죽는다는 간뇌도지(肝腦塗地)’라는 말을 끌어왔다. 참혹한 죽음을 형상화한 말이다.
이 말을 하는 선생의 심정을 구차하게 몇 자 글줄로 설명할 필요 없다. 선생 자신은 곽식자인 천한 백성이기에 국가의 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지만, 곽식자들인 당신들이 나라 정책을 잘못하니 우리 백성들이 이렇게 간뇌도지하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그러니 곽우록』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선생의 절규요 격정의 토로이다.
저 시절은 왕권국가시절이다. 자칫 왕의 권력에 대드는 글줄을 쓴다는 것은 목숨 줄을 여러 개 달고 있지 않다면 할 수 없는 매우 비효율적인 행위였다. 그런데도 일개 백성이 저러한 책을 썼다.
나는 곽우록을 쓰고 싶지 않다하지만 작금의 이 사태를 보고서 어찌 곽우록을 아니 쓰겠는가. 수많은 곽우록이 쓰이고 말해져야한다. 곽우록을 쓰고 말하는 것은 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백성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가 옳다. 언 발에 오줌 누기는 안 된다. 그 자리에 있는 한 그 나물에 그 밥상들이 또 차려지고 얼마간 지나면 또 이런 일이 터진다. 이미 우리는 수차례 그런 경험을 했다. 해방 후 친일 청산을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질기게 이 나라를 괴롭히지 않는가. 대한민국을 상식이 통하고, 정의의 샘이 솟는 맑은 나라로 만들어야한다. 그래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 나라에서 태어난 행복과 자긍심을 주어야한다.


추신: 박근혜 대통령의 2차 사과는 감성에 지나쳤다. 적어도 자신의 진퇴와 국정을 어떻게 하겠다가 구체적으로 나왔어야했다. 새누리당의 사과는 더욱 저질 코미디급이다. 저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였다면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되었겠는가. 더더욱 국민으로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이정현 대표의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를 보며 속이 울컥했다는 말이다. 국민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아직도 제 주인을 위한 충성이니 말이다. 저런 대표를 아직도 대표로 모시니 그 대통령에 그 당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저들의 저질스런 행태를 얼마나 더 보아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