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새’는 죽지 마라

2015. 12. 15. 09:39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도도새는 죽지 마라

<각주를 달아야겠다. 애초에 원고 청탁 제목은 부천문예, 무엇이 문제인가?’였다. 그러나 내가 딱히 부천문예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더욱이 문예 전반을 다룰 만큼 소양도 부족하다. 따라서 글 쓰는 이로서 궁벽한 삶을 경영하며 가장 애로사항인 출간에 방점을 찍어 보았다. 각주를 달아, 읽는 분들의 요량을 구한다.

아울러 이 글에서, ·글쓰기·글 읽기·출간·문예 등은 모두 문예행위를 숙주(宿主)로 한다.>

 

20151019, 오후 834. 고등학교 동기와 간단한 술자리, 핸드폰에 메일이 도착했다는 신호가 왔다. 기다리던 메일이라 동기에게 양해를 구하고 메일을 열어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를 믿고 귀한 원고를 보내주신 데 대하여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선생님이 주신 원고를 읽고 다방면의 가능성을 검토, 토론하였습니다만, ---

추후에 또 다른 아이디어, 제안, 원고가 있으시다면 다시 한 번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편집부 올림

 

20일 전에 보낸 출간의뢰에 대한 답변이요, 이미 이 답신과 유사한 것을 받은 것이 5번째이다. 그래도 20여 권의 책을 출판한 나다. 그 중엔 학술진흥재단에서 우수학술(교양) 도서로 선정된 책이 3권이나 된다.(산술적인 것을 양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타인의 책()에 대한 배려가 섭섭하다는 것쯤 이미 잘 알고 있다.)

여튼, 그건 그러하지만. 그러나(‘그러나라는 역접사를 써야만 한다.) 오늘 신문을 보니 연말이 다가와 그런지 정치인들의 출판회가 곳곳에서 열린다는 기사를 보아서이다. 그만큼 정치인들은 책을 잘 출간한다는 정황적 준거이다. 그렇다. 따질 것도 없이 이맘때쯤 보면 정치인들의 책이 출판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인들의 책은 독자들에게 통하는데 내 책은 독자들과 접속불량인 이유를 말이다. 이는 단순히 골딱지나는 일로 풀어질 문제가 아니다.

곰곰 생각해본다. 얻은 대답은, 정치인들 책 출간과 내 책 출간의 예리한 단층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정황적 준거는 경제적 이윤이라 생각한다.(물론 내가 작가로서 대방가(大方家)가 아니요, 글로서도 서권기와 문자향을 운운할 바 못 된다는 것도 한 이유임에는 분명하지만.) 단층만큼 출판사에게 경제적 이윤이 창출된다는 뜻이 가장 큰 것임은 저간 책을 출간하며 얻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를 내 책 출간으로 환원한다면, 내 책은 출판사에게 영판 경제적인 이윤이 없다는 명백한 의미이다.

그러니 나로서는 저 정치인들을 참으로 부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난 사실 책상에 앉아 엉덩이에 박힌 종기 두서너 개는 족히 짜내야 오종종한 책 한 권이 겨우 이루어지거늘, 저들은 참 잘만 쓰기에 말이다. 저들은 대의 민주정치를 실현하느라 노심초사하면서도 용케 시간을 내 책상에 앉았다. 또 그것이 완성도 있는 글로 다듬어져 출판사의 다방면의 가능성 검토까지 무사히 통과하였고 출판회라는 축하연까지 연다.

출판회!’ 이 또한 나에게는 저들만의 리그에서 일어나는 매우 신기한 현상일 뿐이다. 20여 권의 책을 출간하였지만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영판 낯선 소리여서다. , 누가 해 줄 사람도 없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축하자리를 마련하고 벗들을 청할 만큼의 경제적인 여유도 물론 없다. 이는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을 것이기에 언감생심일 터다.

이것이 목도(目睹)하는 현실이다 보니, 문득 도도새가 생각났다.

도도새의 이력을 적바림하면 이러하다.

 

학명 Raphus cucullatus(Didus ineptus),

생물학적 분류계 : 동물계(Animalia)

: 척삭동물문(Chordata)

: 조강(Aves)

: 비둘기목(Columbiformes)

: 도도과

분포정보 분포지 : 모리셔스, 리유니온

현재: 멸종

 

도도새라는 이름은 포르투갈어로 어리석다라는 의미란다. 이 어리석은 새, 도도새는 자기가 사는 곳을 침탈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모조리 그들을 먹어치웠다. 그렇게 어리석은 새 도도새는 1681년에 멸종당하였다.

도도새는 모리셔스라는 평화로운 섬에 살았다. 먹이도 충분하였고 위협할만한 맹수도 없었다. 도도새는 새이지만 날 필요가 없었다. 날개는 서서히 퇴화하였다. 도도새는 땅에 둥지를 틀고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을 먹고 살았다.

그러던 1505, 배가 이 섬에 들어왔다. 선원(포르투갈인) 인간들은 도도새를 맛있게 먹는 포식자였다. 1681, 마지막 새마저 먹어치웠다.

그렇게 도도새는 사라졌고 도도새의 전설도 끝났다고 여겼다. 그러나 도도새의 멸종으로 도도새의 전설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최근 한 과학자가 모리셔스 섬에 특정한 종의 나무가 사라지고 있음을 찾아냈다. 그는 이 종의 남아 있는 나무 13그루 전부 300년 가량 되었으며 1600년대 이래로 어떠한 발아도 이루어 지지 않았음을 알아냈다. 이 종의 평균 수명이 300년 정도임을 생각해 볼 때 남아 있는 나무들은 이미 저승꽃이 점점이 박혔다. 그들은 곧 죽을 것이며 그 종도 멸종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그 나무는 도도새가 없어진 300년 전에 번식을 멈추었기에 죽은 것임을 우리가 몰랐던 것 뿐이다.

그렇다면 특정한 종의 나무가 사라지는 이유는? 바로 도도새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도도새가 그 나무의 열매를 먹고 살았으며 오로지 도도새의 배설작용을 통해서만 그 나무는 씨앗이 옮겨지고 성장할 수 있어서다.

이쯤이 도도새 전설의 끝일까? 예단하긴 어렵다. 몇 년 뒤, 우리는 특정한 종의 나무가 멸종함으로써 일어나는 생태계의 변화를 또 찾아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도새의 멸종이 생태계 전반의 도미노식 멸종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내 글쓰기의 학명은 이러하다.

 

학명: 한국문예(Korean literature)

생물학적 분류계 :인본주의계(humanism)

: 학문문(study/learning/scholarship)

: 문학강(literature)

: 국문학목(Korean literature)

: 글쓰기과(writing)

분포정보 분포지 : 지구촌 대한민국 경기도 부천시.

현재: 멸종 주의보 발령 중.

 

훈수꾼이 없어도 나는 안다. 내 삶을 경영하는 글쓰기가 바로 저 도도새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글쓰기에 온전히 삶을 투자하는 사람을 꽤 어리석게 본다는 사실을. 슬프지만, 투자에 비하여 승수효과가 없다고 이죽거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그리고 이것이 돈(경제)과 관련 있음을.

이 세계는 동서고금,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며 모두 돈(경제)과 명예 권력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전통적인 세 강자였다. 하지만 요즈음은 돈(경제)3두 체제를 허물었다. 그리고는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시어 황제로 등극하더니, 내친김에 맘몬신(Mammon:재물의 신)으로 까지 떠받들라한다. 그래 오늘도 전 세계인은 입을 모아, “일체향전간!(一切向錢看:모두 돈님만 보세나!)”을 외친다.

내 글이 책으로 출간되지 않는 가장 온당한 이유는, 이놈이 이 말하고 저놈이 저 말한대도 출판사에게 경제적 이윤을 갖다 주지 못해서다. 그렇다면 이 (경제)’이 바로 내 글쓰기를 죽이는 포식자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게 내 글이 죽고, 다른 이의 글이 죽고, 또 다른 이의 글이 죽고, -----, 부천문예가 죽고, 경기문예가 죽고, -----. 도도새의 죽음 뒤에 나무가 발아하지 못하듯이, 문예의 죽음 뒤엔 무엇이 사라질까?----그 뒤에 과연 무엇이 존재할까?

왜 이 시대에 글()이 필요한 지를 구구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은 예로부터 인본주의란 궁극적인 사상을 찾는 고매하고도 순수한 행동이었다. 이 행동(글쓰기·글 읽기)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성을 상실한 포악한 동물 포식자에 지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우리 문예의 처지를 과하게 도도새에게 비유한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문예에 멸종 주의보 발령된 사실을 부인할 이도 별반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작금 우리나라의 문예는 도도새와 다를 바 없다.

이 글을 쓰는 중에 또 이러한 메일을 받았다. 6번째이다.

 

간호윤 교수님께

안녕하세요? 000출판사 인문팀의 00입니다. 보내주신 원고는 잘 읽어보았습니다.

------아쉽게 출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귀한 원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20151112, 수업이 없는 날, 오전 640, 나는 다시 책상에 앉아 이런 메시지를 쓰고 있다. 아니, 사실 말이지만 난 몇 군데 출판사에 더 보내 볼 요량이다. 그리고는 기도문처럼 이런 말을 외며 정언명령으로 생떼를 쓴다.

도도새는 죽었어도 죽지 마라. 암만, 그래야하니깐.’

 

○○○출판사 담당자님께

귀 출판사에 책 출간을 의뢰합니다.

이 책은 2015년도 학술진흥재단의 선정과제(2015~2016년 저술출판지원사업)입니다.

이 책의 출간 의도는 우리 고소설 관계 그림과 표지에 대한 글을 일반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관계 자료를 첨부합니다.

전화: 010-8260-8710

간호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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