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사진

2015. 12. 23. 12:48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하루를 사이에 두고 두 만남을 가졌다.
한 만남: 40년지기 동무들이다. 영등포 양남동, 뒤로 안양천이란 시커먼 물이 흘렀던 시절을 함께한 동무들이다. 그 중, 한 녀석이 미국에서 왔다. 녀석의 한쪽 눈은 뇌암으로 이미 감겨 있었다. 몸무게도 10킬로그램이나 빠져 병세가 완연하다.
"걸을 수 있을 때 나왔어요. 친구들이 보고싶다해서." 녀석의 와이프 목소리가 떨렸고 내 손을 잡은 녀석의 앙상한 얼굴에 남은 한 눈자위도 흔들렸다. 아프다. 참 마음이 많이 아프다. 녀석의 어린 시절이, 젊은 시절이 힘들었기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 영어라도 가르쳐야겠다.'며 미국으로 가는 변을 하였지만 난 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친 엄마마저 ㅡㅡㅡ. 미국에 가서 자전거 수리공으로 살다, 7년 전 암에 걸렸다. 2년 전엔 그럭저럭 두 눈이 괜찮았는데, 그래도 녀석은 친구를 만나 좋다고 남은 한 눈에 잔뜩 웃음을 머금었다.

한 만남: "이거야 말로 기네스감일세. 담임은 딱 한 번 했는데, 너무들 고맙네." 37년 전,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는 제자들과 만남을 '기네스감'이라며 좋아하셨다. 선생님은 우리 졸업후 바로 대학으로 가셨다. 현재 국문과 교수님으로 정년을 2년 남겨두셨다. 모임을 주선한 동기는 사업을 꽤 크게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당시 담임이셨던 이 선생님께 삶의 감화를 받아 지금의 자기가 있다며 한 턱 자리를 마련했다.
제자들이 큰 절을 올리고 스승의 노래를 제창했다. 이 진기한 장면을 본 옆 자리 젊은이들도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쳐 주었다.

오늘 두 장의 사진을 가만히 본다. --------가슴 아픈 만남은 가슴이 아프다.

 

                                                                                                          위(선생님과 만남)

                                                                                                           아래 (친구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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