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세상살이하면서 악한 일 짓지 말고, 화복은 문이 없으니 오직 부르는 바이다

2015. 7. 29. 09:56간 선생의 야담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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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  |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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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7  22: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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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세상살이하면서 악한 일 짓지 말고, 화복은 문이 없으니 오직 부르는 바이다

김대운(金大運)의 호(號) 종암(種菴)이니 고려 때 사람이다. 어릴 적에 집이 매우 가난하여 농사를 지어 생활하는 어려운 삶을 면치 못하였다. 그는 경(慶)씨 성을 가진 한 부잣집에 더부살이를 하며 살았다.
하루는 그 부자가 일하는 사람을 시켜서 밭에 분비(糞肥)를 뿌릴 때였다. 이를 감독하기 위하여 밭에 갔더니 마침 한 걸승(乞僧:모든 생업을 끊고 밥을 빌어먹으면서 수행하는 승려)이 와서 점심밥을 구걸하니 부자가 크게 성내며 말하였다.
“네가 어찌 제 힘으로 먹지 않고 남에게 구걸을 하느냐. 지금 너에게 밥을 줄 테니 이 자리에서 배불리 먹어라.”
그러고 삽으로 똥을 던져 주니 중이 바릿대에 이를 받으며 “감사합니다.”하고 가자 부자가 웃으며 “비친 중!”이라고 조롱하였다.
중이 대운의 집에 와서 또 구걸하였다. 대운이 이를 보고 심히 불쌍히 여겨 아내에게 한 바릿대의 밥을 새로 짓게 하고 그 바릿대는 깨끗하게 닦아 채소를 주었다. 중이 밥을 다 먹고 대운에게 말하였다.
“소승의 초리(草履:짚신)가 이미 해졌습니다. 고초(藁草:볏짚)을 조금만 주시면 문을 닫고 짚신을 삼겠습니다.”
대운이 허락하고 볏짚 한 묶음을 주었다. 날이 저물자 중이 사례하고 간 뒤에 방에 대운이 그 방에 들어가 보니 홀연 한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백은(白銀) 일백 덩이를 가지고 집을 짓고 전답을 샀다. 또 가구며 여러 물건들을 새로 갖추어주고는 대운에게 말하였다.
“이로써 착하게 살면 좋은 일이 있느니라.”
그러고 홀연 보이지 않았다.
대운이 매우 놀랍고 이상하여 신의 조화임을 알았다. 이후로 그 부요하고 풍부함이 경씨 부자보다 열 배는 융성하였다.
이렇게 대운이 한 걸승을 만나 갑자기 부자가 되자 경씨 부자는 마음속으로 시기하고 몹시 분해하며 그 중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루는 과연 걸승이 다시 왔다. 경씨 부자가 두 번 절하며 부를 늘려 줄 것을 청하였다. 중이 개연히 이를 허락하고 볏짚 조금을 청한 후에 문을 닫고 보지 말라하였다. 그러더니 날이 저물자 중이 나갔다. 경씨가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여 급히 방에 들어갔다. 홀연 한 사람이 갑자기 나오며 말했다,
“어떤 놈이 감히 이 신실(神室:신의 방)에 들어오느냐!”그러고 마구 때리니 경씨가 목등구태(目瞪口呆: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림)하다가 자기가 주인이라고 하였지만 그 사람은 손을 휘저으며 쫓아내버렸다. 이때에 집안사람들이 모여 보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똑같아서 조금도 차이가 없어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능히 분별하지 못하였다. 온 동네 사람이이 모두 모여 보아도 또한 같았다.
집사람들이 당초에 그 방안에 먼저 있던 사람이 필시 주인이라 하고 힘을 합쳐 경씨를 때려 내쫓아버렸다. 경씨가 호소할 곳이 없어 감히 그 집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가짜 경씨가 인하여 경씨 부인과 함께 살며 그 모아 둔 금을 흩어 쓰고 매일 소고기와 술로 동리 사람들에게 배불리 먹게 하였으며 전답을 싼값에 팔아 빈궁한 자를 일일이 두루 구휼하였다.
이렇게 되자 경씨의 재산은 몇 개월을 못가 재산이 거의 바닥이 났다. 경씨가 가슴을 치며 관가에 고소하여 옳고 그름을 청하였다. 관가에서 두 사람을 불러 그 진위를 사문(査問:진상을 밝히기 위하여 조사하여 따져 물음)할 때였다. 가짜 경씨는 밭과 토지의 번지와 결복(結卜:토지에 매기는 단위인 결(結)과 복(卜). 곧 전지(田地)의 단위면적)의 많고 적고를 분명히 말하는 것이 물 흐르듯 하였으나 경씨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였다. 관가에서 경씨를 곤장을 쳐 내쫓으니 어찌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경씨가 길게 탄식하였다.
“전일에 내가 중에게 똥을 주었더니 이것이 하늘에 죄를 얻어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것이로다.”
이러며 가슴을 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가짜 경씨가 집안 세간붙이들을 모두 팔아버리고 집은 부숴버렸다. 경씨 재산은 몇 개월 안에 남은 게 없이 모조리 탕진되었고 다만 몸뚱이와 집식구들만 남았다. 경씨가 드디어 미친병에 걸려 울부짖기를 그치지 못할 따름이니 그 구걸하던 중이 다시 와서 말하였다.
“업축(業畜:전생에 지은 죄로 인하여 이승에 태어난 짐승. 여기서는 경씨를 말한다)은 인간의 고락을 깨달았는가.”
그러고는 석장(錫杖:승려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으로 그 가짜 경씨를 한번 치니 볏짚 조금이 땅에 흩어졌다. 구걸하는 중이 표연히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고 한다.

간 선생 왈(曰): “화와 복은 문이 없다. 오직 사람이 스스로 부를 뿐이다. 선과 악의 보답은 그림자처럼 따른다.(禍福無門唯人所召 善惡之報如影隨形)” 유명한 구절로 『명심보감』 ‘계선편’ 등 여러 문헌에 보인다.
삼성경(三聖經)중 하나인 『태상감응편(太上感應篇)』에서는 그래, 선악 길흉을 관장하는 북두신군(北斗神君)이 사람의 머리 위에서 그 사람의 죄악을 기록하여, 그 운수와 수명을 빼앗는다고 하였다. 그러고보니 혹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의 가슴에 대못 두어 개쯤 박는 악한 업은 짓지 않았는지? ---저어된다.
지금 내 머리 위에 계신 북두신군은 나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모쪼록 북두신군께서 “이놈! 깜냥은 형편없지만 그래도 선생질은 할 만한데---”라고 기록해 주었으면 좋겠다. 

 

   
 

 

<인터넷에서 찾은 글>
이 말은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춘추좌씨전』에도 보인다. 민자마(閔子馬)가 계무자의 서자인 공미(公彌)에게 깨우침을 준 글이다.
계무자는 공미의 동생인 도자를 더 사랑해 후계자로 앉혔다. 이에 공미가 아버지인 계무자에게 불만을 품자 민자마가 이 말로 충고하였다.
이후 공미는 아버지의 신임을 얻고 점차 부자가 되었으며, 좌재(左宰)라는 높은 벼슬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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