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유감

2015. 2. 18. 16:12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우리의 졸업식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이다.

 

내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을 때 일이니 근 20년도 전이다. 3 담임으로서 졸업식 날은 남모르게 교사로서 자긍심도 갖는 날이다. 일 년간 함께한 아이들을 떠나보낸다는 이별보다는 졸업시킨다는 뿌듯함에 싱긋이 웃음까지도 입가에 맴돈다.

 

 

 

그런데 문제는 졸업식장이다.

 

대학을 진학했건 못 했건, 성적이 우수하건 아니건, 1등부터 맨 마지막 등수까지 똑같은 졸업장을 받는 날이건만, 축하를 받는 인원은 극히 몇 명이다. 교육감상, 이사장상, 동문회장상을 받는 몇 명을 위해 그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하염없이 박수를 쳐대야 한다. 더욱이 단상에 오르는 아이들의 이름은 이미 교문에도 떡하니 붙었다. “000, 000, 가나다대학 0명 합격이라고.

 

 

 

한번은 이 일로 3학년 주임과 함께 교장실을 찾았다

 

.

 

교장 선생님, 교문에 거는 현수막을 없애고 모든 졸업생 이름을 벽에 프린트하여 붙여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

 

 

교장 선생님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내 말을 자르고 들어 오셨다. 말씀은 대략 이러하였다.

 

 

간 선생님. 내 교직 경력이 몇 년이지요. 그것을 모를 리 없지요. 졸업식 날, 많은 사람들이 오지요. 그런데 다른 학교는 가나다 대학을 몇 명 붙은 줄 아는데, 우리는 안 붙여 놓으면 모르지 않겠어요. 사람들이 무엇을 가지고 학교 평가를 하나요. 그렇게 우리 학교 소문은 나쁘게 나겠고. 또 중학교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지원하면 선생님들도 가르치는데 좀 힘들겠는지요. ----안 그렇소. 3학년 주임 선생님

 

?”

 

결국 나는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둘 때까지 그 몇 몇 잘난, 그들만을 위한 현수막과 박수소리를 보고 들어야만 했다.

 

 

 

고등학교에 교사로 근무하며 두 가지 문제는 꼭 풀고 싶었다. 하나는 가방에 실내화를 넣어 가지고 다니는 문제, 그리고 졸업식 날 현수막 문제. 지금까지도 내 교직 생활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그 일들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졸업식장에 현수막이 그렇게 붙어 있어 쓴 글(박경미 교수의 윗글)을 보니 가슴이 새삼 아리다.

 

 

 

내일이 설날이다. 많은 이들이 귀향한다. 아마 올 해도 어느 지방 장터에는 “000의 자제, 000 가나다 대학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위풍당당하게 귀향객을 맞을 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은 잘난 자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거늘,---.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나빠서, 재주가 없어서, 노력이 부족해서, ----. 이러저러한 이유로 박수만 치는 이들은 살기가 참 팍팍한 대한민국이다. 박수만 치는 이들의 심정도 한번쯤 헤아려주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몇 몇 잘난, 그들만을 위한 현수막과 박수소리를 언제까지 보고 들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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