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에 즈음하여----

2014. 12. 18. 10:05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한 학기를 마치며----


당신 연암

저자
간호윤 지음
출판사
푸른역사 | 2012-09-29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해학과 골계의 나, 박지원이 아닌 11인의 이인칭들이 불러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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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에 성적표가 올라 와 있는 것을 보니 한 학기를 마치나보다. 늘 이맘때면 마음이 불편하다. 학문이랍시고 하는 이로서, 또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나는 제 길을 가고 있는지를 묻고 또 물어본다.

휘갑삼아 연암 선생의 <북학의서>로 한 학기를 갈무리해본다.

 

학문하는 길에는 방법이 따로 없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을 가는 사람이라도 잡고 묻는 것이 옳다. 어린 종이지만 나보다 글자 하나라도 더 알면 우선 그에게 배워야 한다. 자신이 남과 같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여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면 이것은 종신토록 고루하고 무식한 경지에다 자신을 가두어 두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순임금과 공자가 성인이 된 것은 남에게 묻기를 좋아하고 잘 배운 데에 불과하다(學問之道 無他 有不識 執塗之人 而問之可也 僮僕 多識我一字 姑學 汝恥己之不若人 而不問勝己 則是終身 自錮固陋於無術之地也故舜與孔子之爲聖 不過好問於人 而善學之者也)

 

연암의 저 도도한 말길을 따라 가보니, 학문하는 길에는 방법이 따로 없다고 한다. 그리고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을 가는 사람이라도 잡고 묻고, 어린 종이지만 나보다 글자 하나라도 알면 그에게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여기는 자시지벽(自是之癖)’을 연암은 꺼리고 삼갔다.

연암 선생이 그의 글에서 한줌의 상투를 틀어 쥔 한줌밖에 안 되는 양반들이, 조선의 공인된 권리를 등에 업고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모습을 그린 것도, 도수쟁이 정수리부터 찍듯 그의 글 속에 새파란 결기를 숨기고 내닫은 것도 모두 저러한 배움에서 얻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