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보며, 아니 쓸 수 없어.

2014. 5. 14. 07:35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아니 쓸 수 없어.

아니 쓸 수 없어, 아니, 아니 말할 수 없어. 난쟁이 교자꾼 참여하듯 붓을 드나. 속태로 세상사는 사람이, 세상살이 하루만이라도-를 목표로 사는 사람이, 이 세상을 바꿀 힘으로 따지고 들자면 저 창 밖에 멋쩍게 서 있는 저 나무와 하등 다를 게 없는 사람이, 무슨 말인 들 하겠는가만.



그래도 선생이라 불리기에, 제 아비 뻘도 넘은 이 조선의 백성이기에, 마음이 아프고 아파서 몇 자 아니 적을 수 없어. 해, 아린 눈을 훔치며 몇 자 적지만.

세상살이 열여덟 해, 천지사방을 망둥이처럼 뛰어다녀도, 돌을 와드득 씹어도 꿀꺽 소화를 시킬 그 나이에, 고(故) 자를 제 이름 앞에 붙인다는 것을 어찌 이 필설로 감당하랴.
...


연 사흘 하늘이 곡(哭)을 하듯, 빗방울은 창문을 타고 흐르는 이 아침.

나 역시 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 몬 이유들, 이 조선 땅에서 반 백 년은 산 나이이기에 하나씩 짚어 보는 그 이유들.



도덕의 부재, 안전의식의 부재, 책임감의 부재, 의식의 부재, 정의의 부재, 양심의 부재, …끊임없는 부재, 부재,…공무원의 비리, 관공서의 비리… 끊임없는 비리, 비리, …건강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실종, 끊임없는 실종, 실종, …끊임없는 부조리, 부조리 공화국…이어지는 가진 자들의 망언, 높은 자들의 망언, 망언...



아니 쓸 수 없어, 아니 말할 수 없어 붓을 들었지만. 허연 백지에 부질없는 붓방아질만 찧다가 찧다가, 차라리 말 아니함만 못하여, 내 비록 너희 아비는 아니나 이만 곡이나 하련다. 이 땅의 나이 먹은 백성으로서, 부끄럽고 부끄러워서.



얘들아!

얘들아!

부디!…,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