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酒)님과 결별을 고하며

2013. 12. 27. 07:50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내 주력(酒歷)은 근 반 백년이 되외다. 할머니 손에 이끌려 마실을 다니던 서너 살부터니...그동안 주님은 내 몸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내 몸이 가장 좋아하는 모든 자리를 차지해 버렸구려. 인간관계 또한 주님과 지근거리에 있는 이들로 모조리 채웠지요.

이제 주님과 이별하려하오. 수 백 번 다짐했던 일이기에 이제야 실행에 옮김이 오히려 면구스런 일이외다.

잘 가시오. 주님! 미련이 없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내 삶을 위해 이만 헤어짐이 마땅하오. 그동안 내 몸에서 수고 많으셨으니 부디 평안히 가시구려. 저간 내 희노애락애오욕을 부추긴 것에 대해서는 심심한 사의를 표하오.

그러나 주님을 함께 영접했던 내 주우(酒友)들이여! 나를 버리지 마시오. 내 주님과 이별하였지만 주우들과는 이별을 원치 않소이다. 내 술잔에 물술을 채워 흔쾌히 취해 드리리다.

이 천하고도 십삼 년 섣달 스무사흗날
휴헌 간호윤 삼가 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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