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을 보고

2013. 12. 25. 10:38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김00이니 노00이를 존경해. 이런 새끼가. 이런 새끼를 빨갱이라하는 거야."
"뭐! 그런 너는 그래서 박00를 찍어 나라가 이 모양이냐? 나라를 좀먹는 좀버러지 같은 새끼야!"

"이런 이 새끼 완전 빨갱이네. 그렇게 좋으면 북쪽에 가서 살아. 이 빨갱이 새끼야....."

"뭐 이 새끼야. 이 나라가 이만큼 사회복지가 된 것도 다 김00 대통령하고 노00 대통령 덕이야. 너 같은 새끼야 말로 관변단체에 어용으로 붙어 쳐먹으며...."

 

말들이 엉키고 설켰다. 며칠 전 일이 있어 송내역에서 전철에 올랐을 때다. 70어름은 된 듯한 세 노인분들이 목청껏 소리를 질러댔다. 육두문자가 차 안을 휘젓고 여차하면 주먹다짐도 할 기세였다. 사람들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이들의 다툼은 족히 대여섯 정거장을 지나 한 사람이 내리고서야 그쳤다.

 

<변호인>이란 영화를 조금 전 보고왔다. 자정이 넘어 끝나는 시각인데도 영화관은 단 세 석만 자리가 비었다. 관객은 초등학교 아이들부터 내 또래의 중년까지이고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데이트를 나온 20-30대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드신 분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을 따라 온 듯한 내 앞 줄에 앉아 얌전히 영화를 보던 초등학교 2학년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얘! 너 저 영화를 이해하니?"

"예!"

'이 아이가 <변호인>이란 영화를 이해할까?' 다소 의아해하며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치고는 또렷하게 "예!"라고 답했다.

 

<변호인>이란 영화는 1981년에서 1987년 6월 민주화항쟁까지를 대학생진우와 송우석 변호사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따라잡고있다. 대학생 박진우의 독서모임은 반국가단체로 조작되었고 송석우 변화사는 외로이 이를 바로 잡으려 하였다. 조작은 고문을 통해서였지만 변호사는 이를 변호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국민의 주권을 지켜야할 국가권력이 막았기 때문이다. 

 

맞다. 그땐 그랬었다. 나 역시 1981년 진우처럼 대학교 1학년이었고 1987년 6월엔 군대생활을 막 제대한 사회 초년병으로 종로의 넥타이부대 한 켠에 있었다. 그리고 난 그 시절 대한민국의 벌거벗은 속살을 보았다.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과 그 힘든 민주화의 과정을. 

 

그 시절, 국가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을 마음껏 유린하였다. <변호인>과 유사한 행위는 대한민국의 영토 곳곳에서 일어났고 그 국가권력은 국가보안법을 조자룡 헌 칼 쓰듯 마음껏 휘둘렀다. 수많은 이들이 이 칼날에 스러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이비 언론과 방송이 철저히 이들에게 기생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막았다. 부조리한 공권력과 사이비 언론의 야합은 적과 나라는 이분법적 세게관을 구축하고 철저히 나 아닌 타자에게 배타적 권력을 휘둘렀다.(안타깝게도 이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임에 틀림없다.)      

 

국가보안법은 남북한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차동영이 대학생들의 독서 모임을 반국가 단체인 빨갱이 집단으로 모는 것도 이 법에 근거한다. 그는 빨갱이를 잡아야 할  정당성으로 남북한은 지금 휴전 중임을 강조한다.

     

2013년 12월 전철 안에서 노인들의 다툼과 그로부터 며칠 뒤 오늘 <변호인>이란 영화를 이해한다는 초등학교 2학년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의 말에서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본다.  

 

이 두 현실 중, 어느 것이 옳은가? 노인들의 다툼은 오늘도 대한민국은 휴전 중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의 말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미래를 본다.

 

부조리한 공권력의 현장인 재판정에서 송우석 변호사는 외친다.

 "대한민국헌법 제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이고 제 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국가보안법도 남북한이 휴전 중이라는 말도, 아니 그 어떠한 말도, 대한민국헌법을 넘어설 수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고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기때문이다.

 

 


변호인 (2013)

The Attorney 
9.6
감독
양우석
출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시완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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