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7. 09:14ㆍ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한 학기를 바치며
2013년 12월 16일, 어제부로 2013년도 2학기 강의를 모두 마쳤다. 선생으로서 올 해의 시간을 마쳤다는 의미이다. 선생이 되고, 아니 이 땅에 목숨붙이로 태어나 가장 분주한 삶을 보낸 시간이었다.
시간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한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 헬라어로 흘러가는 시간을 ‘크로노스’라 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카이로스’라 한다. 즉, ‘크로노스’가 물리적이고 객관적이라면 카이로스’는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시간이다.
더 풀자면 물리적으로 흘러가는 시간, 즉 현실을 ‘크로노스’라 하고 개인적으로 멈춰있는 의미 있는 시간, 즉 과거의 어떠한 공간이 ‘카이로스’다. ‘카이로스’는 그렇게 의미 있는 공간일 때만이 남는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며 기회의 신이다. 카이로스는 근육질의 몸에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지만 뒤쪽은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다. 석상엔 그 이유를 이렇게 적어 놓았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깨와 발뒤꿈치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라고. 지나간 시간을 다시 붙잡을 수 없는 이유이다.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그 시간, ‘카이로스’! 2013년도 2학기 강의는 이제 내 삶의 궤적에 과거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그 시간이 카이로스’라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내 수업을 들은 학생들과 나는 강의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공유하였다. 그 학생들에게 그 공간은 물리적인 ‘크로노스’일까? 아니면 의미있는 ‘카이로스’일까?
2013년 12월 17일, 오늘도 ‘크로노스’는 지구의 공전을 날실로 자전을 씨실로 삼아 시간을 교직해낸다. 그동안 나는 긴 여행을 한 적이 없다. 내 삶에 처음 맞는 이번 방학, 많은 여행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그래, 내 삶에 의미있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위하여...
2013. 12. 17. 휴휴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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