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예의지국’ 유감 두 가지.

2011. 6. 28. 09:21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동방예의지국유감 두 가지.

 

동방예의지국유감1.

참 민망하다. 한 젊은이가 백발이 성성한 노인에게 삿대질에 욕설을 해댄다. 우리 사회의 예의와 도덕의 종언을 보는 듯하여 섬뜩하다. 저 젊은이 한 사람뿐이라면 호들갑을 떨 이유도 없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현상을 종종 목격한다는 끔찍한 사실이다.

신문을 보니 동방예의지국에서 이런 일이-’라고 써 놓았다. 사실 이러한 데는 기성세대인 나부터도 반성을 해야 한다. 저 젊은이들이 멘토로 삼을 만한 어른이 우리 주위에 몇이 되는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조리한 삶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우리 사회의 청정구역인 학교에서조차 학생들을 무서워하는 선생님이 있단다. 예의와 도덕의 종언만큼이나 어른의 실종 또한 살필 때다.

동방예의지국-’ 유감2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은 썩 좋은 말이 아니다연암 선생의 손자요, 개화사상가인 박규수(朴珪壽)동방예의지국이란 말에 이렇게 냉소를 보낸다.

 

걸핏하면 예의의 나라라고 하는데 나는 이 말을 본디부터 추하게 여겼다. 천하 만고에 어찌 국가가 되어 예의가 없겠는가? 이는 중국인이 오랑캐들 가운데 바로 예의가 있음을 가상히 여겨 예의의 나라라고 부른 것에 불과하다. 본래 수치스런 말이니 스스로 천하에 뽐내기에 부족하다. 차츰 지체와 문벌이 생기며 번번이 양반양반하는데 이것은 가장 감당키 어려운 수치스런 말이요, 가장 무식한 말이다. 지금도 걸핏하면 자칭 예의의 나라라지만, 이는 예의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면서 입버릇처럼 떠들어 대는 것이다(輒稱禮義之邦 此說吾本陋之 天下萬古 安有爲國而無禮義者哉 是不過中國人嘉其夷狄中乃有此而嘉賞之曰禮義之邦也 此本可羞可恥之語也 不足自豪於天下也 稍有地閥者 輒稱兩班兩班 此爲最堪羞恥之說 最無識之口也 今輒自稱禮義之邦 是不識禮義爲何件物事之口氣也)”(박규수,환재총서(桓齋叢書)6, <여온경(與溫卿)>32)

 

2011년 6월 28일

'글쓰기 > 글쓰기는 연애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암평전>을 쓰다가  (0) 2011.07.03
정의가 불의에 지는 것을 보며  (0) 2011.06.30
태산(泰山)같은 자부심을 갖고   (0) 2011.06.25
삼국지와 강반야바라밀경  (0) 2011.06.24
빗소리  (0) 201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