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버거론 (Harrison Bergeron)>

2011. 3. 3. 17:38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가끔씩 우리는 이런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는 내가 혹 조지가 아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해리슨 버거론 (Harrison Bergeron)>
 
 지은이 : 커트 보네거트 2세 (Kurt Vonnegut, Jr.)
 
  1922년 미국 인디아나주 출생. 코넬대학 및 시카고대학을 다님.  2차대전에 참전. 무명 SF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오늘날 미국  현대문학계의 대표적인 작가로 명성을 쌓음. 대표작 [제  5도살장],[타이탄의 요정들],[태초의 밤]등.
 
 
  서기 2081년, 만인은 마침내 평등해졌다. 하나님이나 법 앞에서만 평등해진 것이 아니라, 사실상 모든 면에서 완벽한 평등을  누리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한 사람도 없어졌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생긴 사람도 없었다. 아무도 다른 이들보다 더 힘이 세거나 더 민첩하지 않았다. 이처럼 인류 역사상 유래없는 평등 세상은 미합중국 수정헌법 제 211조, 제 212조 및 제 213조에 의거하여 실현된  것으로서, 오로지 <미합중국 평등 유지 관리국> 요원들의 끊임없는 감시 활동으로 지탱되고 있었다.

  하지만 실생활에선 아직도 완벽하고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더러 남아있었다. 이를테면 4월에 봄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끈끈하고 불쾌한 달에 평등 관리국의 요원들이 조지와 헤이즐 버거론 부부의 14살 먹은 아들인  해리슨 버거론을 끌고 갔다.

  그렇다. 그것은 분명 비극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조지와 헤이즐은 비통하거나 슬퍼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심각하게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헤이즐 부인은 완벽하게 평균적인 지능의 소유자였는데,  다시 말하자면 그녀가 어떤 일에 대해서건 단편적으로밖에 사고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조지의 경우 지능은 평균보다 상당히 높았지만, 귀에  평등관리국에서 달아 놓은 정신 장애용 수신기를 끼고 있었기 때문에  역시 쓸 데 없는 생각은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법에 의해서 그는  그것을 항상 끼고 있어야 했다. 그 수신기는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발신하는 장애 전파의 주파수에 맞추어져 있어서, 조지처럼 필요없이 두뇌가  좋은 사람들이 그로 말미암아 부당한 이득을 보지 않도록 매 20초 간격마다 갖가지 날카로운 잡음을 송신했다.

  조지와 헤이즐은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헤이즐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그 순간 자기가 왜 울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텔레비젼 화면에는 발레리나들이 나와 춤을 추고 있었다.

  조지의 귀 안에서 날카로운 부저소리가 울렸다. 마치 경보장치에  놀란 도둑떼들처럼 그의 생각들이 기겁을 하여 황망하게 흩어졌다.

  "정말 아름다운 춤이었어요. 방금 저이들이 춘 춤이요."

  헤이즐이 말했다.

  "응?"

  "저 춤이요. 근사했다구요."

  "그래."

  조지가 대답했다. 그는 발레리나들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려 했다.

  그렇게 썩 훌륭하진 않았어. 어쨌거나 누구 다른 사람들이  추었어도 그 정도는 했을거야.

  발레리나들은 무거운 띠와 납총알이 잔뜩 채워진 주머니를 짊어진 채 둔한 동작으로 춤을 추었으며 얼굴엔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그들의 자유롭고 우아한 동작을 감상할 수 없었고 또한 그들의 예쁜 얼굴을 보고 음탕한 생각을 품을 수도 없었다.

  조지는 어쩌면 무용수들에게는 평등 유지기구를 씌우지 않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막 떠올린 참이었다. 그러나 그의 귓속에서 또다른 잡음이 울려퍼졌기 때문에 그 생각을 더 이상 진전시킬 수는 없었다. 조지는 흠칫 몸을 떨었다. 동시에 여덟 명의 발레리나들  중에서 두 사람이 똑같이 경련을 했다.

  헤이즐은 조지가 몸을 떠는 것을 보곤 이번엔 어떤 소리가  났느냐고 물어보았다. 말했다시피 그녀는 정신 장애용 수신기를 끼고 있을  필요가 없는 평균적인 머리의 소유자였다.

  "누가 망치로 우유병을 치는 소리 같았어."

  "그렇게 여러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참 재미있겠어요."

  헤이즐은 약간 부러워하는 투로 말했다.

  "응. 그래."

  조지가 대답했다.

  "만일 내가 평등관리국 국장이라면 뭘 하고 싶은지 알아요?"

  헤이즐이 다시 말했다. 사실 헤이즐은 평등 관리국 책임자인  다이애너 문 글램퍼즈라는 여자와 외모가 상당히 비슷했다.

  "내가 만약 다이애너 문 글램퍼즈라면, 일요일엔 종소리만  보낼거에요. 그냥 종소리만요. 일종의 종교적 경건함의 표시로요."

  "그저 종소리만 난다면 난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요? 아주 크게 울리죠, 뭐. 나는 아주 훌륭한 관리국 국장이 될 수 있을텐데."

  "다른 사람이나 매한가지지 뭐."

  "'보통'이 어떤 건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또 있겠어요?"

  "하긴, 당신이 옳아."

  조지는 대답과 함께 어렴풋이나마 지금 감옥에 갇혀있는 자신의  '비정상적'인 아들, 해리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귀속에서 울린 21발의 요란한 예포소리가 즉각 그 생각을 중단시켰다.

  "어머나! 이번엔 굉장히 큰 소리였죠?"

  조지는 하얗게 질려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그의 충혈된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텔리비젼에서는 여덟 명의 발레리나들 중 두 명이 마룻바닥에 쓰러진 채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었다.

  "당신 갑자기 아주 피곤해 보여요."

  헤이즐이 말했다.

  "소파에 누워서 좀 쉬세요. 그 납총알이 든 자루는  좀  벗구요,  여보."

  헤이즐이 말하는 것은 조지의 목 둘레에 씌워져 있는 47파운드  무게의 '평등 유지용' 주머니였다.

  "어서요. 잠깐동안 당신이 나랑 평등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조지는 손으로 자루의 무게를 어림잡았다.

  "괜찮아. 이젠 별 느낌도 없어. 내 몸의 일부분이 되었다구."

  "요즘들어서 당신 부쩍 피곤해 해요. 지쳐빠진 것 같아요.  그  자루 밑에 아주 조그맣게 구멍을 뚫어서 납총알을 몇 개만 빼낼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주 조금만이라두요."

  "납알 하나 빼낼 때마다 징역 2년에 벌금 2000달러야.  별로  수지가 안 맞는 장사지."

  "하지만 당신이 퇴근할 때마다 몇 개씩만 빼내면...내 말은, 여기 집에선 당신과 경쟁할 사람이 없잖아요. 당신은 그저 앉아  쉬기만  하면 돼요."

  "내가 그렇게 슬쩍 꾀를 부리면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야. 그럼 우리는 또 모든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던 살벌한 암흑시대로 돌아가게  된단 말이야. 당신 그러고 싶진 않잖아. 안 그래?"

  "그건 싫어요."

  "그것 봐."

  "사람들이 법을 슬쩍슬쩍 어기기 시작하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어?"

  헤이즐이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면, 조지는 더더우기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귓속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기 때문이다.

  "그야 산산조각나겠지요."

  "뭐가 산산조각난다구?"

  조지가 멍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사회요."

  헤이즐은 자신없이 대답했다.

  "당신이 방금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글쎄, 그랬나?"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갑자기 뉴스특보로 바뀌었다. 처음엔 특보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모든 아나운서가 그렇듯이 이 아나운서도 심각한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극도의 흥분상태를 가누지 못하고 거의 30초 가까이  '시청자  여러분..' 이라는 말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아나운서는 결국 포기하고 뉴스 원고를 한 발레리나에게 넘겨주었다.

  "시청자 여러분---"

  발레리나가 뉴스특보를 읽었다. 그녀는 원래 뛰어나게  예쁜  용모를 지녔을 테지만 지금은 소름끼치게 추한 가면을 쓰고 있었다. 또 그녀의 평등 유지용 자루가 거의 남자들의 것만큼 큰 걸로 미루어 보아 그녀는 무용수들 중에서도 가장 체력이 강하고 품위가 있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곧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사과를 해야만 했다. 여자 목소리치고는 불공평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따스하고 청아해서 시간을 뛰어넘는 선율같았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과한 뒤, 이번엔 철저히 무미건조하고 평범한 목소리로  바꾸어서 다시 뉴스 원고를 읽었다.

  "14세의 해리슨 버거론이 방금 탈옥을 감행했습니다."

  그녀는 끽끽거리는 쇳소리로 계속 말했다.

  "그는 정부전복 획책혐의로 복역중이었습니다. 그는 천재이고 천부적인 체력을 지녔으며 적합한 평등 유지기구를 착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극히 위험한 인물로 간주됩니다."

  경찰이 찍은 해리슨 버거론의 사진이 화면에 점멸하기 시작했다.  거꾸로, 좌우 반대로, 다시 거꾸로, 그리고는 90도 틀어서. 사진들은  눈금이 매겨져 있는 벽에 기대선 해리슨의 전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키는 정확하게 7피트였다. 나머지 사진들은 핼로윈 축제 때의 괴물분장같이 철갑을 두른 모습이었다. 그만큼 무거운  평등유지기구를  착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평등관리국 사람들이  기구를  고안해내는 속도보다 훨씬 빨리 성장했다. 보통의 정신 장애용 작은 수신기 대신에 그는 거대한 크기의 이어폰을 착용했으며 두껍고 어질어질한 렌즈를 끼운 안경을 썼다. 그 안경들은 그의 눈을 반 쯤 멀게 했을 뿐만  아니라 머리가 윙윙 울리는 두통을 일으키도록 특수고안된 것이었다. 또  철판 조각들이 그의 몸을 둘둘 감싸고 있었다. 보통 힘이 센 사람들에게  채워지는 평등유지기구에는 어느 정도 균형과 군대식의 절도가 있기 마련이었지만, 해리슨은 마치 걸어다니는 폐차장같이  보였다.  사람들과의 인생 경주에서 그는 항상 300파운드의 무게를  짊어지고  다른  이들과 '평등'해진 채로 살아야 했다. 게다가 잘 생긴 용모를  상쇄하기  위해 평등관리국에선 그의 코에 빨간 고무공을 끼웠으며 눈썹을 완전히 밀어버렸고 가지런하고 흰 이빨 군데군데에는 까만 껍질을 씌웠다.

  발레리나가 말했다.

  "만약 이 소년을 목격하면 절대로 설득하려고 들지 마십시오. 반복합니다. 절대로 설득하지 마세요."

  갑자기 문이 경첩에서 뜯겨나가는 듯한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렸다. 텔레비젼에서 비명소리와 기겁해서 놀란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화면에 비춰지고 있던 해리슨 버거론의 사진이 마치 지진의 장단에  맞춰서 춤추듯이 펄쩍펄쩍 제멋대로 뛰었다.

  조지 버거론은 그 지진의 진원을 곧 파악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리슨이 잡혀가기 전에는 그의 집도 수없이 두들기고 깨지는 소리에 맞춰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조지는 중얼거렸다.

  "오, 저런..틀림없이 해리슨일 거야!"

  그 깨달음은 그러나 때맞춰 그의 머릿속에서 울린 자동차 충돌  소리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조지가 다시 눈을 뜰 수 있게 되었을 때, 해리슨의 사진은 이미 화면에서 사라져버리고 없었으며, 대신 살아서 숨쉬는 진짜 해리슨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쩔그럭거리는 쇳소리를 내면서 광대같이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거대한 몸집의 해리슨이 스튜디오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뽑혀버린 스튜디오 문짝 손잡이가 아직도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발레리나들, 기술자들, 음악가들과 아나운서들이 모두들 겁에 질려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나는 황제다!"

  해리슨이 외쳤다.

  "알겠느냐? 나는 황제란 말이다! 모든 사람들은 내 명령에 즉각 복종해야 한다!"

  그가 발을 구르자 온 스튜디오가 들썩거렸다.

  "비록 내가 여기에 이렇게 -- "

  그가 계속 부르짖었다.

  "불구가 되고 절름거리며 병든채 서 있다 해도 나는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통치자이다. 자, 내가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  지켜보아라!"

  해리슨은 그의 몸에 요란하게 착용된 평등 유지 기구들을 마치  젖은 휴지조각처럼 찢어냈다. 그 끈들은 각기 5000파운드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모두들 해리슨의 완력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강한지 잘 알 수 있었다.

  철판으로 된 평등기구들이 찌그러진 채 마루바닥에 떨어졌다. 해리슨은 엄지손가락을 그의 머리에 씌워진 정신 장애용 테에 밀어넣었다. 철사로 된 테는 가볍게 부러져나갔다. 해리슨은 계속해서 헤드폰과  안경을 벽에다 후려쳤다.

  그가 마지막으로 고무공 코를 떼어내 던져버리자, 천둥의 신  토르도 부러워했을 미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는 이제 나의 황비를 간택하겠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굽어보면서 말했다.

  "용감하게 두 발로 일어서는 첫번째 여인이  남편과  왕좌를  얻으리라!"

  이윽고 한 발레리나가 버들가지처럼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해리슨은 그녀의 귀에서 정신장애기를 뽑아내고,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동작으로 그녀의 평등 유지기구들을 뜯어서 벗겨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가면을 벗겼다.

  그녀는 보는 사람의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있었다.

  "자아 --- "

  해리슨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저 사람들에게 춤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도록  합시다. 음악을!"

  그가 명령했다.

  음악가들이 주섬주섬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해리슨은  그들의 기구들도 제거해 주었다.

  "최선을 다해서 연주하시오."

  해리슨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러면 그대들을 남작과 공작과 백작으로 임명하겠소."

  음악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그저 보통이었다. 다시 말하면 값싸고 천박하며 바보스러운 연주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해리슨은 두 명의  음악가를 의자에서 잡아올려 자신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음악을 제대로 연주하라며 마구 흔들어대다가 제자리에 내던졌다.

  음악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엔 훨씬 나았다.

  해리슨과 그의 황비는 한동안 음악을 듣고만 있었다. 마치 음악에 심장박동을 맞추려는 듯이 진지하게 듣기만 했다.

  이윽고 그들은 몸무게를 발끝에 실었다. 해리슨이 커다란 손을  여자의 가느다란 허리에 얹고, 곧 그녀의 것이 될 무중력의 느낌을  그녀가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환희와 아름다움이  한순간에 폭발하듯 그들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지상의 법률 뿐 아니라 중력의 법칙과 운동법칙까지도 무시되었다.

  그들은 휘감고, 소용돌이치고, 미끄러지고, 몸부림치고,  뛰어돌아다니고, 까불고, 빙글빙글 회전했다. 그들은 마치 달 표면의  사슴들처럼 뛰어오르며 춤을 추었다.

  스튜디오 천정은 높이가 30피트였지만, 그들은 매번  도약할  때마다 천정에 닿을 듯 말 듯하게 솟아올랐다. 마치 천정에 입을 맞추려는  듯이.

  그리고 그들은 천정에서 입을 맞추었다. 사랑과 순수한 의지의  힘으로 중력을 중화시켜서, 천정에서 일 인치 아래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오랫동안 서로 입맞춤을 했다.

  바로 그 순간, 평등 관리국 국장 다이애너 문 글램퍼즈가 이중  총신이 달린 10mm구경의 소총을 들고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그녀는 총을 두 번 발사했고 황제와 황비는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다이애너 문 글램퍼즈는 다시 총알을 장전했다. 그리고 그것을  음악가들에게 겨누고는 10초의 여유를 줄테니 평등 유지 기구를 다시  착용하라고 명령했다.

  마침 그 때 버거론네 집의 텔레비전 브라운관이 나가버렸다.

  헤이즐은 조지에게 텔레비젼이 나갔다고 말하려 돌아섰지만, 이미 조지는 캔맥주를 가지러 부엌으로 가고 없었다.

  조지는 맥주를 가지고 돌아와서 장애신호가 그를 뒤흔들  동안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당신 울고 있었어?"

  조지가 헤이즐을 보고 말했다.

  "네"

  "왜?"

  "잊어버렸어요.....음..텔레비전에서 아주 슬픈 장면이 나왔어요."

  "어떤 거였는데?"

  "머리 속에서 모두 뒤죽박죽이 되어버려서 생각이 안 나요."

  "슬픈 일은 잊어버려."

  "전 항상 그러잖아요."

  "그래, 그래야 착하지."

  조지는 대답과 함께 또 몸을 움찔거렸다. 귀 속에서 요란하게 못박는 전기장치의 소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저런... 이번엔 소리가 꽤 컸군요."

  "뭐라고?....다시 말해 봐."

  "아니...이번엔 소리가 정말 컸나보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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