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 얘긴 그만하자.

2011. 2. 21. 13:51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호윤아! 이제 그 얘긴 그만하자.”

술이 확 깼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한 번 들은 기억이 난다.

 

마주 앉은 이는 내 대학 동창 겸 형님뻘이다.

나는 순천향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회 졸업생(1985)으로 1,2대 문학부 학생장이었다. 이야깃거리가 꽤나 많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내 대학 생활 중 많은 날을 이이와 함께했으며 나에 대한 친밀감도 전과 다름없다. 자연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술잔과 술잔은 저 시절 삶들로 그득하다.

 

그래, 그런데, 그 얘기가 나왔다보다.

2003, 당시 나는 모교 강사로 모교 국어국문학과(고전소설전공)에 원서를 제출했다. 누구든 모교에 원서를 낸다는 것, 더하여 지방대 출신으로서 자기 전공에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발표 날, 확인 결과 다섯 명의 예비합격자 중 내 이름은 없었다. 1차 서류전형 탈락이다. 아버지의 죽음, 교사 퇴직, 박사과정, 어머니, 아이들, . 전화벨이 길게길게 울리고야 수화기를 들었다.

 

나보다 5-6살 쯤 적은, 학회 일로 안면이 있는 이이다. 합격 여부를 묻는다. 그리고 자신은 합격했고, 자신의 학교 출신이 두 명 더 합격(최종 합격은 그 두 명 중에서 나왔다.)했다는 말이 전선을 타고 흘러들었다.

 

은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학과장이, 그래 서른다섯 살에서.”

 

‘13등으로 탈락’, ‘모교’, ‘특정 대학 출신’, 동문들의 모임, 등을 알고,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3년 간 도봉산을 찾았다.

 

호윤아! 이제 그 얘긴 그만하자.”

2011219, 늦은 저녁 술집. 나는 저 이야기를 그날, 거기까지 끌어안고 왔나보다.

 

2003, 2004, 20052011. 손가락으로 꼽아본다.

호윤아! 이제 그 얘긴 그만하자.”

2011221, 오후 130, 내 서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