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7. 12:10ㆍ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새해 들어 부쩍 수준급의 민주주의 정치 언어를 듣는다.
‘대통령 연임’이니, ‘대통령제 개헌’이 그것이다. 드잡이질에, 날치기, 고소영․강부자 내각, 보은병 폭탄, 자연산, 부동산 투기… 따위만 듣던 정치판이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공중부양이라도 한양 좋아하고 싶다. 정녕 주권자인 국민이 공복임을 자임하는 정치인들에게 하는 간청이었다면 수지무지(手之舞之)에 , 족지도지(足之蹈之)인들 주저하겠는가.
허나 이승만, 윤보선(장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이명박 대통령(총리)를 겪고 책에서 배운 국민으로서는 공복임을 가장한 대한민국 정치꾼들(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음을 안다.)이 국민을 꾀는 것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대통령 연임’이니, ‘대통령제 개헌’을 운운할 만큼 민주주의 국가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성, 애국심, 정의감, 리더쉽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꽃의 정치학, 인간 정치를 꽃의 역사로 바꾼 <화사(花史)>라는 소설이 그래 생각난다. 이 소설은 조선 중기에 백호 임제(林悌)가 지은 의인체 한문소설이다. 백호 임제(林悌,1549 ∼ 1587)가 산 시대는 명종임금에서 선조임금까지이다. 저 시절 이미 조선의 국운은 쇠하였다.
임제의 죽음 후 겨우 5년 뒤에 조선은 임진왜란이라는 대사건으로 국토가 유린되는 비애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러한 시절 벼슬길에 연연하고 파당이나 짓는 무리들과 한 길을 걸을 수 없던 임제가 쓴 소설이 바로 이 <화사>이다. <화사>는 매화·대나무·모란·연꽃… 등 꽃들로 영명한 군주·현명한 신하·어리석은 임금·간신을 말하였다. 여러 제도·지명·인명 등을 모두 꽃과 관련된 글자들로 모아 중국 역대 역사에 비겨서 서술하고 있지만 현재의 정치계와 다를 바 없다.
각설하고 <화사>의 줄거리를 보자.
매화의 도(陶), 매화 꽃받침 악의 동도(東陶), 모란의 하(夏), 연꽃 부용의 당(唐), 네 나라의 이야기다.
도나라는 6년 동안 통치되었다. 처음에 인망 높은 매화를 추대하여 왕으로 삼았다. 매화 왕은 건국한 지 6년 만에 오 땅에서 놀다가 바람을 맞고는 이튿날 급서한다. 왕비가 좀버러지 병이 있어 후사가 없었기에 왕의 아우로 왕을 삼으니 이가 동도 왕이다.
동도국의 왕은 매화의 동생인 꽃받침으로 5년 동안 통치되었다. 처음 3년은 잘 다스려졌으나 이후 오얏꽃을 승상으로, 양귀비를 왕비로 삼으면서 나라는 흔들린다. 왕은 나라를 다스린 지 5년 만에 장군 양서가 보낸 석우에게 살해된다. 석우는 다시 양서를 공격하고 모란을 낙양에서 옹립하니 이가 곧 하왕이다.
하나라는 6년 동안 통치되었다. 2년이 지나자 나라에는 오얏꽃, 복숭아꽃, 해당화 등 세 개의 당파가 생기며 흔들렸다. 3년이 지나며 간신이 득세하고 도적이 일어나며 왕은 향락만을 일삼았다. 하왕이 후원에서 놀다가 들사슴에게 물리니 독약을 올려서는 죽여 버렸다. 여러 영웅이 나와 제각기 왕을 선언하였지만 결국 연꽃이 남당(南唐)의 임금이 된다.
당나라(남당)는 5년 동안 통치되었다. 당왕은 흰 연꽃이었다. 수중군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라는 잘 다스려졌다. 정전법이 시행되고 3년 동안은 태평성대였으나 이후 적이 쳐들어오고 극락세계에 환생한다는 묘법경이 들어오며 왕은 국고를 쏟아 붇기 시작했다. 충신들의 상소도 아랑곳없었다. 왕은 여기에 반첩여라는 여인을 가까이 하고 방술을 하는 두생의 말을 듣고 흰이슬을 마셔서는 병을 얻고 말았다. 좌우에 있는 신하들도 모두 이슬을 마셔 벙어리가 되었다. 왕은 분을 참지 못하여 “연꽃아! 연꽃아!”라고 외치며 죽어버린다. 나라를 세운지 5년 만이었다.
도나라 6년, 동도국 5년, 하나라 6년, 당나라 5년 만에 망했다. 대통령 단임, 5년만이라도 태평성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