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5. 15:03ㆍ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이 대통령에게 ‘욕’을 하였다고 ‘육두문자(肉頭文字)’가 비거비래(飛去飛來)하더니 급기야 고소까지 하였단다.
저렇게 욕이 나오는 이유를 김열규 선생은, “세상이 중뿔나게 가만히 있는 사람 배알 뒤틀리게 하고 비위 긁어댄 결과 욕은 태어난다. 욕이 입 사나운 건 사실이지만 욕이 사납기에 앞서 세상 꼴이 먼저 사납다. 꼴같잖은 세상!”(김열규,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 사계절출판사, 1997)이라고 욕의 출생부를 정리해 놓았다.
사전을 뒤져보니 ‘욕을 먹고 살아야 오래 산다’거나 ‘욕이 사랑’이라는 등 꽤 여럿이 등재되어 있다. 의미 또한 그다지 나쁘지 않으니, 가히 욕의 미학(美學)이다.
사실, 욕을 하고 싶은 심정은 작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나도 다를 바 없으니 참 낭패다. 읽는 이들께서 듣고 싶다면 대략 이러하리라.
‘정치한답시고 나라말아 먹는 분들 모가지를 뽑아 똥장군 마개로 하시고, 사업한답시고 제 배만 채우는 분들 염병에 땀구멍 막히소서. 저만 잘났다고 설치는 분들 아가리로 주절대는지 똥구멍으로 말하는지, 돈 많다고 돈 없는 사람들 깔보는 분들 복날 개잡듯 하고 학맥, 인맥으로 알음알이 당신들의 천국만 만드는 분들 벼락을 나이대로 맞아 뒈지소서.
참, 면구(面灸)스럽지만 조금은 시원한 것을 보니 욕의 말 요술이, 아니 욕의 미학이 여간아닌듯싶다.
‘나랏님 없는 데선 나랏님 욕도 한다’는 속언도 버젓이 있고, 욕을 고깝게만 생각하지 말고 자기의 발전과 수양을 위해서 소중히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욕이 금인 줄 알아라’도 파리 대가리만한 글자로 국어사전에 적바림되어 있으니 곰곰 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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