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며(6)

2009. 5. 28. 06:47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며(6)


갈수록 수미산이라


‘갈수록 더욱 어려운 지경에만 처하게 됨을 이르는 속담이다.’

대학원 수업 중, 한 학생이 질문을 하였다.

질문의 요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그리고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된 사건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였다.

사실 나 자신도 아직 정신적 공황상태요, 더욱이 '고무래 정 밖에 모르는 한 줌 지식'으로 어떻게 저 젊은이의 물음에 답하겠는가.

그저, 내가 왜 상장을 달았는지만 말해 주었다. 

상식적으로 이해 못할 일이기에 내 머리가 따라잡지를 못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도 그러하지만, 그 이후 일련의 사건만하여도 전혀 예측치 못한 일들이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은 가볍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를 제치고 뉴스의 전면에 나서더니, 청와대 벙커회의, 정부의 전격 PSI 가입으로 이어졌다. 듣지 않으려 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힘겹게 넘겨받기로 한 ‘2012년 군 전시작전통제권’도 도로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에서 나온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 창을 여니 “북, 준 전시상황 선포. 합참 '군사대비 태세'라는 섬뜩한 타이틀이 보인다. 이러다 계엄령이라도 선포할 태세이다. 

나는 숨 막히게 돌아가는 이러한 일들을 하나도 따라잡을 수 없다.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된다.

 ‘갈수록 수미산이라’


안타깝다.

정부의 과잉대응인지?

아니면 세상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의 어리석음인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이제 정부의 보호 아래 '경건한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어느사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가쉽거리'로 전락하였다. '담배나 피고, 아이들과 어르고, 순진한 말이나 하는.'

 

아! 그의 죽음의 물꼬가 어찌 저렇게 흐른단 말인가?

왜 서거를 했는지? 그의 죽음은 정당한지? 그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은 누구인지? 왜 우리는 1년 반 만에 전직 대통령을 자살케 했는지? 등.

'가쉽'은 선술집 술꾼들에게 맡겨두고, 지식인이라 자칭하는 언론은 이러한 곳을 짚어줘야하는 것이 아닌가?

'노무현 서거, 그는 왜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가' 이러한 특집이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희미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내가 지금까지 산 경험으로 보건대, 저러한 정부의 저열한 행태와 줏대없는 언론들의 저질 프로그램 방송하기는 꽤 오래전에도 보았다는 사실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서거 그 자체로 보아야한다. 일련의 저러한 언술, 과장된 몸짓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지닌 후폭풍을 두려워한 자들의 얕게 계산된 소치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는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약하지 않다.  이십 수년 전 내가 육군 병장으로 철책에 있을 때도 그러한 생각을 해본적 없다.

그래, 저러한 상황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연결시킬 것이 아니다.  


‘가슴에서 말해주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라. '

질문한 학생에게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다 다르다. 이 이, 저 이의 행동을 두루 보고, 이 선생 저 선생에게 물은들, 자신이 행동해야 할 정답은 없다.

적지도 많게도 살지 않은 나지만, 내가 아는 한 대한민국에서  그러한 올곧은 말을 해줄 수 있는 자 만나기 어렵다.  

이 이에게 도덕과 정의도, 저 이에게는 부도덕과 부정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대한국인은 잘 알지 않는가. 부동산이 뛰면 모두 한 숨을 내쉴 것 같지만, 한 쪽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 작은 예에 불과하다. 


어제도 그렇듯, 오늘도 내 아파트에 게양된 반기(反旗)가 보인다. 오늘 아침엔 깃 폭이 미동도 않는다.

갈아입을 옷에 상장을 옮겨 달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서 본 ‘도덕, 정의, 순수, 열정’도 하나씩-


아파트 창 밖의 하늘은 어제처럼 파랗다.

내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다.

정부의 뜻대로 '경건한 축제의 한마당'이 될 것 같다. 


2009. 오월 스므여드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엿샛날.

         간호윤

 

사진은 13대 총선 부산 동구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가 합동 연설회를 마치고 두 손을 들어 답하는 모습이다.


저 깃발에 쓰인 ‘사람 사는 세상’

지금 대한민국은  ‘사람 사는 세상’인가? 아니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인가?

얼마나 많은 이의 가슴에 상장을 달아야만 대한민국이 ‘사람 사는 세상’이 될까?

아니, 되기나 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