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며(4)

2009. 5. 26. 08:27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며(4)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 참 무섭다.

어제 오후부터 북한의 2차 핵실험 보도가 나온다. 청와대는 긴급 안보상황이라 지하벙커 회의를 열었다.

걱정이 되어 잠시 들여다본다.

아나운서의 얼굴은 긴장감이 역력하다. 목소리의 톤도 평소보다 반 박자 이상은 빠르다. 지하수 오염, 공기 오염, 전 세계 특파원 연결, 권위 있는 학자의 해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폭 수준급, 각 나라의 반응,…화면에는 1945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꼭 64년 전 원폭 투하장면이 거듭 나타난다. 급기야 북한군이 특유의 걸음과 경직된 팔을 들며 일사불란하게 미사일을 앞세우고 행진한다.

건너다보니 절터라고, 도하 각 신문 1면은 북한의 2차 핵실험 내용임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북한의 예고는 4월부터 있었다 한다.

저 정도라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궐기대회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이에 대한 보도도 있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계를 농로에 버렸다는 보도할 시간에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보도는 뒷전으로 물러났다.

보도 자체도 이상하다.

분명 문제 있는 죽음이거늘, 국가 원수쯤 지낸 이의 자연사(自然死)로 다룬다.

‘죽음의 연유’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경건한 정부 축제’가 들어섰다.

KBS2에서 어제 한밤중을 넘기며 방송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지역주위, 연고주의를 타파하려는 그의 노력이 나온다. 지역주위, 연고주의는 마땅히 타파해야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부분에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괘씸하기 그지없는 정치인들이다. ‘나쁜 놈들’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금도 저들은 이를 적절히 이용한다. …아나운서의 조리 있는 말을 따라 내 고개도 끄덕거려진다. …

그런데, …지금 왜 이런 이야기를 하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지금 우리가 저 ‘지역주의 타파, 연고주의 타파’를 찾아야 하나?

 

마지막 아나운서의 멘트도 흥미롭다.

기억을 들추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조문을 위해 봉하마을을 찾으려는데 시기를 고민하고 있답니다.”

“봉하마을 일부 과격분자들이”

“전 국민이 경건하게 치러야 할” 등이다.

 

‘봉하마을에 일부 과격분자가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을 못 하여, 그래 경건한 국민적 행사가 차질을 빚는다.’는 취지이다. 이지적이고 똑똑 부러지는 여성 아나운서의 멘트를 끝으로 프로그램은 끝났다.

TV를 끈다.

 

흑백이다.

그래, 흑백시절이었다.

그때도 그랬다. 그러했었다.

지금은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 ‘평화의 댐’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정부에 위기가 닥치면 늘 ‘북한군’이 화면에 나왔다.

 

산 너머로 연기가 보이면 불이 난 게요, 담장 위로 뿔이 보이면 소가 지나가는 법.

난, ‘양치기 소년'을 또 믿어야하나?

저 ‘상자때기’를 패대기쳐야 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는 이 정도의 수준인가?

 

2009. 오월 스무엿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흗날.

 휴헌 간호윤

 

어느 님께서 올려놓은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입니다.

저 아이들에게 현재의 우리는 어떻게 남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