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며(1)

2009. 5. 23. 15:24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책상에 앉아 남 읽어주지도 않는 책을 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보를 들었다.

 

‘삶아진 개구리 증후군, Boiled frog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찬물이 들어 있는 비커 위쪽은 개방되어 있다. 여기에 개구리 한 마리를 넣고 비커 밑에 불을 붙여 서서히 가열한다.

처음에 찬물 속으로 들어간 개구리는 주변을 살피더니, 이내 헤엄을 치며 놀기 시작한다. 그렇게 개구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즐기는 사이에, 램프의 온도는 조금씩 올라간다. 점점 따뜻해지는 수온(水溫)-, 개구리는 조금도 동요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 표정이다.

어느 순간 개구리는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몸의 동작이 빨라진다. 비커를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개구리가 빠져 나오기에는 비커 안의 물이 너무 뜨거워졌고 결국 개구리는 그 안에서 삶아지고 만다.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변화는 거의 모두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시나브로 다가온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이나 나도, 이 사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변화를 읽어내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변화에 휩쓸려 인멸된다.

조선후기 나라를 잃은 소이연이다.

 

형도, 친구도, 부인도, 자신도, 자식도.

산다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힘들 때가 있다.

그에게 죽음은 저렇게 왔을 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도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삶의 한 귀퉁이에나마 쪼그리고 있던 정의도, 사람도, 인정도, 도덕도, 양심도, 부끄러움도, 순수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부동산, 경제, 특목고, 경쟁, 주식, 보복, 부조리, 권력, 가식 등 잔인하고 냉혈한적인 어휘들이 당당히 차지하고 앉았다.

비이커 속에 든 개구리가 나 같고, 우리 같다.

…………

그의 짧은 유서가 나온다.

노무현답다.

 

대한민국인, 우리는 다시 저러한 대통령을 갖기는 어려울 듯하다.

순수와 정의의 길을 비틀거리며 걸어냈던 한 정치인도. 

촌부로서 삶을 마치겠다는 전 대통령도.

 

한동안 비통한 마음일 것이다.

 

2009. 5. 23.

휴휴헌에서 간호윤

 

아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