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소에 단청 말라!

2009. 4. 27. 11:11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학문은 완제품이 없는 미완성!

 

많은 이들에게 소용 닿지 않는 소리입니다.

그래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이러한 말씀을 찾아봅니다.

『선가귀감(禪家龜鑑)』은 서산대사(西山大士) 휴정(休靜, 1520 ~ 1604)께서 공부에 대한 좋은 경구들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바라건대,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을 깊이 믿어 스스로 굽히지도 말고 높이지도 말아야한다(願諸道者, 深信自心, 不自屈, 不自高).

 

마음가짐입니다. 공부란. 그래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중요합니다. 때론 공부를 하는데서 오는 회의와 갈등의 등고선을 넘나들며, 파리 대가리만한 활자에 콕콕 박혀있는 선학들의 준론을 좆아 헤매야하기 때문입니다.

 

工夫는 如調絃之法하야 緊緩에 得其中이니 勤則近執着하고 忘則落無明이니라. 惺惺歷歷하고 密密綿綿이니라.

공부는 거문고 줄을 고르듯이 하여 팽팽하고 늦음이 알맞아야 한다. 너무 애쓰면 집착하기 쉽고 잊어버리면 무명에 떨어지게 된다. 깨어 또렷하고 차근차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공부는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저렇듯 거문고 줄 고르듯, 너무 팽팽하지도 너무 느즈러지지도 않아야 합니다. 너무 팽팽하면 조급하여 덤벙거리게 되고, 너무 느즈러지면 긴장이 풀어져 해이해지는 법입니다. 그래 깨어 또렷하고 차근차근 끊임없이 해야만 합니다.

 

如厠屋塗丹雘(여측옥도단확)

변소에 단청하는 짓 마라

 

이 말은 원래 『선림보훈』에 나오는 말입니다.

글줄깨나 읽으면 남 앞에 자랑하려는 자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자기의 배움에 일가를 이루지도 못하였거늘 남에게 자랑하려듭니다.

부질없이 해석을 덧댈 것도 없습니다. 뒷간에 알록달록 색칠을 해서 무엇에 쓴다는 말입니까. 몇 자 글자깨나 안답시고, 뒷간에 색칠하듯 부질없는 말만 번드르르해서야 아니 될 말이지요. 나는 공부를 하며, 저 말 들을 짓거리 하는 치들을 참 많이도 보았습니다.

부메랑 던지는 소리건만, 저 말을 꼭 적바림해 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