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 권 지폐 초상 유감

2009. 1. 29. 15:43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화폐초상 유감

금년 하반기에 5만 원 권 지폐가 새로 발권된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지폐에 넣을 초상은 이미 여성으로 선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선정 내막이야 잘 모르지만, 한 이유는 ‘현모양처’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그 분의 아드님은 이미 5000원 권의 화폐에 초상을 올려놓고 있지요. 저분은 친정에서 많이 사셨기에, 당대 많은 여성이 시집살이가 힘들어 지었다는 그 흔한 <시집살이요> 한 편을 짓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차라리, 계랑이나 논개, 아니면 우리의 영원한 누이 유관순을 선정하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지요?

혹 ‘천것출신이라-, 기생출신이라-, 어린 계집아이가-,라 안 되는 것은 아닌지요?

정녕 그렇다면 우리는 참으로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이들은 비록 여인이지만 국난을 보고 의분(義憤)을 품은 이 아니던가요. 의분이 ‘삶의 최고의 선’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내남없이 몸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영웅인 자라야 하지요. 내 자식이, 아니 나라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저 여인처럼 초개처럼 바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어, 이 여인들에게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낄 뿐입니다.

한 평생 근심 모르고 살았을 저 분이, 격동의 이 2000년대에도 우리 삶의 전면에 재림해야하는 이유를 도통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바른 도리가 저 화폐 문양조차 못 넘어선다는 말이겠지요.

말을 해놓고 보니, ‘오지랖이 넓다’는 핀잔이 앞서고 ‘깜냥없다’는 삿대질이 뒤섬이 보입니다. 화폐 문양을 좌우하는 높은 분들에게, 내 말은 귀양 보내는 짓거리요, 어느 바람이 부느냐함을 내 모르는 바 아닙니다. 허나 책상물림으로 세상 물정 모른다고 모로쇠로만 잡아떼는 것도 그렇고, 또 늘 바른 도리를 입에 올려야하는 선생으로 제 앞가림은 해야겠기에 ‘들을 이 짐작’으로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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